‘열 손가락 없는’ 장애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오르는 데 성공한 광주·전남 출신 김홍빈 대장(57)이 하산 도중 실종되면서 무사귀환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염원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광주시와 광주산악연맹 등에 따르면 김홍빈 대장은 지난 18일 오후 4시58분(한국시각 오후 8시58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카라코람산맥 제3고봉인 브로드피크(8047m)를 등정에 성공하며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했다.

김 대장은 지난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194m)를 홀로 등반하다가 조난을 당해 열 손가락을 모두 잃은 장애인이다. 장애산악인이 히말라야 14좌 등정에 성공한 것은 김 대장이 세계 최초다. 또 한국에서 7번째, 세계에서는 44번째 히말라야 완등자로 기록됐다.

하지만 김 대장은 19일 0시께 하산 과정에서 크레바스(빙하가 깨져 내릴 때 생기는 틈)를 통과하던 중 조난당했다.

이어 김 대장은 현재 캠프4에 대기 중이던 러시아 구조팀에 의해 다음날인 19일 7900m 지점에서 조난 36시간 만인 오전 11시께 발견됐다.

당시 김 대장은 러시아 구조팀을 향해 손을 흔드는 등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원 1명이 내려가 물을 제공한 뒤 주마(등강기)를 이용, 구조활동을 펼쳐 15m 가량 끌어 올렸지만 이후 줄이 헐거워지면서 김 대장은 등선 아래쪽으로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 등반가인 김 대장의 실종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앙부처를 비롯해 지역 차원에서 수색지원을 위한 사고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그를 찾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광주시와 광주산악연맹, ㈔김홍빈과 희망만들기 등은 이날 조인철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을 위원장, 정원주 브로드피크 원장대 단장, 피길연 광주산악연맹 회장을 부위원장으로 한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김준영 광주시 문화관광체육식장을 단장으로 13명 규모의 실무지원단도 꾸렸다.

대책위와 지원단은 코로나19로 구조대 파견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현지 대원들과 연락체계를 구축하고, 현지 요청사항 지원 및 가족 지원 등의 활동을 펼친다.

정부에서도 사고수습 지원을 위해 외교부와 문체부가 협력, 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히말라야 14좌 완등 직후 들려온 김 대장의 실종 소식에 큰 충격을 보이며 무사귀환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시민 김모씨는 “광주·전남의 자랑이자 세계적 등반가인 김 대장이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실종됐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장애를 딛고 히말라야를 올랐던 것 처럼 반드시 무사생환 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윤모씨는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지금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간 김 대장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었다”며 “반드시 그가 돌아와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SNS를 통해 “참으로 황망하다”며 “마지막까지 희망을 갖고, 간절한 마음으로 김 대장의 구조와 무사귀환 소식을 국민들과 함께 기다리겠다. 국민들께서도 그의 안전을 함께 빌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