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출신의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동구 재개발사업 개입, 해외 도피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광주 5월 단체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시민들에게 사죄했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민주유공자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내부 규율 강화를 통한 부도덕적인 이권 개입 등에 대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번 5월 단체의 공식적인 사과는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가 일어난 동구 학동4지구 재개발사업에 조폭 출신인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이 깊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 변화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5월 단체들은 “5·18단체들로부터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인내와 포용으로 지켜보고 감싸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채찍질을 달게 받겠다”며 “5·18유공자라는 명예는 어떤 행위를 저질러도 용서받는 도덕적 면책 특권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40여년간 아무리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더라도 그것이 부도덕과 탈법, 부정과 부조리를 정당화시키는 사면장일 수는 없는 일”이라며 “죄송하다. 단체의 이름으로 스스로 자정운동을 벌이겠다”고 사죄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5·18유공자단체 임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임원에 선임되지 못하도록 임원 자격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시민들이 참여하는 자정위원회를 구성해 시민의 도덕적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하게 잘라내 5·18유공자의 품격에 걸맞은 도덕성과 사회성을 갖추겠다”며 “내부의 엄격한 규율과정을 통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5·18유공자단체로 다시 서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문 전 회장과 5·18단체에 대한 비판을 넘어 지역 혐오 감정 조장, 5·18민주화운동 자체에 대한 왜곡·폄훼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에선 ‘조폭이 5·18단체 회장까지 하다니 기가 차다’ 등 비판을 넘어 ‘5·18은 폭동이 맞네’ ‘조폭 출신이 5·18단체 회장, 광주스럽네’ ‘역시 광주’ 등 각종 비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한 오월 단체 관계자는 “안 그래도 학동 사고로 광주 전체가 슬픔에 빠진 가운데 5·18단체의 조폭 연루, 주요 인사의 조합 개입 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이로 인해 5·18민주화운동과 광주 자체가 비난·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