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 최대 유행어는 ‘내로남불’(naeronambul)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My romance, your adultery)이라는 뜻이다. 남의 잘못에는 가혹한 잣대와 비난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이나 같은 편이 잘못하면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위선(僞善)적인 행동이다. 언행 불일치이자 ‘이중잣대’다.

내로남불은 1990년대에 한국 정치권에서 등장한 이후 정치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상대를 비판할 때 어김없이 입에 오르내렸다. ‘조국사태’와 ‘추윤(추미애 법무장관-윤석열 검찰총장)갈등’으로 국정의 발목을 잡히고 민생에 소홀하면서 사사건건 부딪칠 때마다 내로남불은 난무했고, 국민들의 ‘정치적 혐오’는 깊어졌다.

비단 정치권만이 아니다. 검찰이나 기업, 체육계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내로남불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치러진 4·7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아파트와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투기 의혹, 당·청의 만연해진 ‘내로남불’이 선거 패배의 ‘결정타’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으로 발생한 보선임에도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2차 가해’가 이어진 점도 독이 됐다. 여기에다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외치면서도, 뒤로는 투기를 행하는 당청 주요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은 직격탄이었다. 조국 전 장관의 딸이 가짜 인턴 증명서와 상장으로 대학에 입학했다는 의혹에도 결국 의사가 됐고, 청와대 참모 및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문제 등도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내로남불’식 임대료 인상은 성난 젊은층에 불을 질렀다. 20대 핵심 화두인 젠더와 공정성 이슈에서 민주당이 오만하고 이중적이었다는 얘기다. 탄탄한 지지층이던 20~30대 민심 이반이 두드러졌고,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투표로 준엄하게 심판했다. 국민의힘도 무능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최악이라는 평가였다.

심지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현수막에 ‘내로남불’ 등의 표현을 금지한 것은 현 정권이 무능하고 위선적인 ‘내로남불 정권’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 됐다.

최근 뉴욕타임즈와 로이터통신 등 해외 주요 외신에서도 4·7선거와 관련 “여당 참패는 문 정권 진보 인사들의 위선과 내로남불(naeronambul)이다”고 분석했다. 한국사회 치부를 세계인에게 알리게 됐다. 부끄러운 일이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문 정부 임기 4년 동안, 기대했던 평등한 자유와 공정한 기회, 모두가 특권과 반칙없는 균등한 기회를 실천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당·청은 남에게는 엄격한 공정잣대를 이야기하면서도 자기편의 부정과 잘못에는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했다. 각계 각층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외쳤지만 제대로 화답하지 못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매몰됐다.

무능한 주제에 남 탓만 하다보니 젊은 층은 물론 세대를 불문하고 현 정부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강한 배신감에 ‘분노의 표’를 던졌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성난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까?

완패한 민주당은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비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비대위원장의 첫 일성도 “내로남불의 수렁에서 하루속히 빠져 나오겠다”며 강력한 쇄신을 예고했다. 내로남불 행태를 사실상 자인했다. 일단 잘못은 인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생 앞에 더 이상 토 달지 않고 특정세력이 아닌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정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잘못은 못 본 척하면서 남의 잘못만 들추어 낸다면 아무리 개혁을 외쳐봤자 누가 신뢰하고 지지를 보내겠는가? 말뿐이 아닌 진정 어린 반성과 성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쇄신이 이뤄질 때 내로남불 수렁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동양고전인 채근담(菜根譚)에는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같이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같이 엄격하라’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하고 남에게는 더 관대하라는 것이다. 지도자와 리더, 힘 있는 사람은 반드시 새기고 실천해야 할 명언이다. 하물며 나랏일을 하는 ‘공직자’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코로나 19로 국민들의 근심과 걱정이 더 깊어지고 있다.

이제 ‘대선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여든 야든 오만과 위선에 빠지면 유권자들로부터 반드시 외면받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론을 무시하고 거스르는 권력은 살아남을 수 없다. 민심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할 때다. 여론이 민심이고 곧 시대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