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KIA타이거즈의 방망이가 심상치 않다. 분명 나쁘지 않은 타격을 하고는 있으나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개막 이후 8경기를 치른 현재 KIA의 안타는 총 74개로 1위 롯데(95개)에 이어 리그 공동 2위다. 야구의 ‘꽃’이라고 불리는 홈런이 1개에 그친 점은 아쉽지만 최근 KIA의 타선이 뜨겁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로 클린업 트리오인 최원준(37타수 9안타 4타점 타율 0.243)과 김선빈(30타수 14안타 5타점 타율 0.467)은 제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 부상으로 낙마했던 3루수 류지혁(22타수 7안타 타율 0.318)도 맹활약 중이다, 이창진(10타수 5안타 타율 0.500), 이우성(6타수 2안타 타율 0.333), 한승택(30타수 3안타 타율 0.333) 등 백업진 역시 매섭다.

KIA 최형우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KIA 득점은 공동 8위인 30점밖에 되지 않는다. 타점 역시 30점(8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출루한 주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여 점수로 만들어줘야 할 중심타선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타격감이 가장 저조한 이는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다. 팀의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3번 타자로 나서고 있으나 34타수 5안타 타율 0.147로 부진하다. 더욱이 타점 생산 능력까지 떨어지면서 승리 대체기여도(WAR)는 -0.32로 떨어졌다. 현재 KBO 전체 외국인 타자 중 꼴찌다. 지난 시즌 개막 후 8경기 때의 성적이 28타수 11안타 3홈런 타율 0.393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다.

지난 시즌 생애 두 번째 타격왕 타이틀(타율 0.354)을 거머쥐었던 4번 타자 최형우 역시 34타수 7안타 5타점 타율 0.206에 머물고 있다. 팀 내 유일하게 홈런을 때린 점은 위안거리지만 팬들의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팀 주장이자 5번 타자 나지완도 24타수 5안타 1타점 타율 0.208 밖에 되지 않는다. 10일 NC전에서 3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치자 결국 11일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처럼 중선 타선이 모두가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이게 되자 KIA의 공격이 풀리지 않고 있다. 현재 KIA 잔루는 69개로 리그 3위다. 병살타도 6개에 달한다.

KIA 나지완

이에 대해 KIA의 마무리·스프링캠프의 방향이 기초체력과 컨디셔닝을 우선시하면서 베테랑 타자 위주 중심타자들의 실전감각이 많이 떨어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도 크다. 지난해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를 보낸 KIA는 본 계획보다 1주일 연장, 최대한 많은 연습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익히는 데 주력했다. 귀국 후에도 청백전 등 많은 경기를 가졌다.

하지만 올해는 캠프를 국내에서 치르면서 훈련 제약요소가 많았다. 이에 타자들의 기술 훈련량이 많지 않았다. 자체 연습경기 횟수도 적었고, 시범경기는 우천과 황사로 취소되는 등 많은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경기가 적은 탓에 베테랑 타자들은 5~6회가 되면 젊은 선수들과 자주 교체됐다. 터커는 올 시즌 1루수로 보직을 옮기면서 수비력 향상에 열을 올려야 했다.

중심타자들이 살아나야 전체 타선에 무게감이 생기고 팀이 강력해진다. 터커-최형우-나지완 등 클린업 트리오들이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반복하면 KIA의 경기력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호랑이 군단의 중심타선 부활 여부가 올 시즌 KIA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