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제도권 범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삶에서 자신의 피와 살처럼 미술을 취급해온 재야의 화가들은 얼마든지 있다. 제도권에 진입하지 않았을 뿐 프로 화가들 못지 않게 열정으로 똘똘 뭉친 독학 화가로 창작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그들이 아닐까 싶다.

일평생 교직에 근무하며 특별한 취미생활로 미술 작업을 전개해온 구순의 김송환 옹(사진)의 전시가 그것으로, 16일부터 23일까지 갤러리 아트14에서 유화 작품 13점이 출품된 가운데 ‘울아부지 취미생활’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다.

‘무제’

단지 손끝에만 의지하지 않고, 오감에 의한 원초적이며 자연주의적 표현을 형상화한 그의 화풍에서 자유의지에 의한, 꾸밈없는 존재감이 묻어 나온다. 그림은 좋은 구도와 원근감으로 명암에 강약이 투철해 포근하고 희망적 색채를 지니고 있다는 평이다.

김 옹은 “취미로 누적된 일상을 단아한 필체로 그려내었을 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송환 옹은 전북 고창 출생으로 한양대학교를 졸업, 영광 법성중 및 법성상업고와 광주신의여중, 벌교 삼광여고 등 교육계에 투신했다. 이번 전시는 여섯 자녀들이 합심해 전시를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무제’

자녀들은 “아버지의 연세가 어느새 아흔이다. 살아온 세월의 다양한 인생 무늬들이 감사가 된다. 전공도 안하고, 누구에게도 그림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져 졸수(卒壽)를 맞아 한사코 안 하신다 손사래질을 했지만 1남 5녀 자식들이 모여서 아버지를 위한 작은 인생잔치를 열게 됐다”며 “코로나 시대지만 가족의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추억이 되기를 기념하면서 작은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은지 갤러리 아트14 대표는 “당시 사진과 자료들을 모아 정량화한 작품은 역사성을 함유하고 있다. 사라지지 않아야 할 작품으로 평가받을 것이다”라며, “보고 느끼면서 표현하는 예술 감흥의 세계에 대중들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동시에 문화 저변의 확대와 연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