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마치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이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며 마음의 멍울을 달래 본다. 홍매화의 붉은 빛이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가 싶더니 뒤이어 핀 목련 꽃의 순수함은 욕망으로 가득한 마음을 내려 놓기에 충분하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서 엉성한 듯 보이지만 잘못에 대해서는 빠뜨리지 않고 벌을 내린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여당은 이번 4. 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를 당했다. 모든 실패의 이유를 기승전결 상대방에게 돌린 결과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선거 참패의 이유가 무엇인가? 검찰과 언론 개혁이 부족해서인가?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것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정부와 여당의 총체적인 무능이다. 지나친 자기도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행보는 국민의 눈높이와는 상당한 엇박자를 보였다. 개인적으로 제일 큰 실패작은 인사라고 생각한다. 공정과 불평등 해소를 바라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외쳤던 촛불로 태어난 정권이면 이전 정권과는 완전히 다르게 근본적인 혁신을 추구했어야 했다. 구태를 벗어야 했다. 국민에게 진 빚을 갚아야 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인재 발탁의 폭을 넓혀야 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곳에 청렴하고 능력 있는 전문가를 앉혀야 했다. 일은 사람이 한다. 그러나 청문회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치밀었다. 나에게는 참신하지도 않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을 제식구라는 이유만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밀어부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결과가 뻔한 것은 당연하다.

부동산 폭등만 하더라도 그렇다. LH사건이나 부동산 폭등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가다간 사회적 불평등과 부의 대물림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에는 집이 없어도 참는다고 하자. 그러나 내 자녀 세대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기본적인 주거를 위한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큰 것이다. 어떤 특정한 사람들은 지위를 이용하여 정보에 접근했다. 그 정보를 활용하여 부동산을 구입했다. 구입한 부동산은 수년 내에 폭등한다. 이들에게는 불로소득이 생긴다. 이렇게 생긴 돈으로 자녀들에게 훨씬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많은 부를 세습시킨다. 이렇게 되면 양극화는 더욱 심해진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투기로 벌어들인 불로소득과 우월적 정보를 활용하여 다시 부동산을 구입한다. 부동산 불패 공화국에서 이들에게만 선순환적인 먹이사슬이 형성된다. 이들이 보기에는 그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 사람들은 무능력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이와 같은 국민의 고통과 아픔에 눈을 감고 귀를 닫은 결과가 재보선 참패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상대방 탓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의 본질은 책임소재를 자기에게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럴싸한 변명과 합리화로는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 자신이 잘못한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탓을 돌리는 투사도 마찬가지이다. 전형적으로 미성숙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방어기제이다. 자신에게 오는 공격의 화살을 맞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고통에 직면하지 않고 어떻게 성장한단 말인가! 좌절을 경험하지 않고는 그 좌절의 속성을 알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 회피적 삶의 태도로는 아무것과도 마주칠 수 없는 것이다.

고통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은 쉽게 타인에게 전이된다. 인간이 겪는 고통은 몇 가지에서 연유한다. 고통은 미숙함에서 온다. 고통은 무능함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실력이 없을 때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다. 고통은 갈등 상황에서도 생긴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갈등의 당사자 모두 공멸하게 된다. 지속된 갈등 상황에서는 서로의 목표가 상대방을 제거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고통은 상실의 경험과도 관련된다. 그러나 고통은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실패한 사람은 이유를 찾는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다. 더 이상은 무능으로 인한 아픔이 국민들에게 전이되지 않길 바란다. 그러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운 사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