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 5개 자치구 구청장들이 내달부터 시행을 예고한 광주 공무원노조의 민원업무 점심시간 휴무와 관련해 ‘아직 때가 이르다’며 준비 기간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광주구청장협의회는 어제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을 안건으로 상정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준비와 시기를 공무원 노조와 다시 논의하기로 결론 내렸다. 구청장들은 점심시간 휴무제 취지에는 공감하나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준비가 부족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노조는 조합원 의견을 청취한 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민원업무 점심시간 휴무제는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제2조 제2항을 근거로 공무원의 점심 식사를 보장하고자 노조가 내달 1일부터 시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간 상당수 민원처리를 점심시간을 통해 해결해온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이나 자동차 거래에 필요한 인감증명서 발급 등 일부 민원은 창구에서만 처리할 수 있고, 점심시간 업무 공백을 일부 해소할 무인민원발급기 추가 구매와 현장 배치도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민원 부서 공무원들의 최소 휴식시간 확보는 근로복지 차원에서 공감한다. 공직자들의 근무 방식이 시대의 변화추세에 맞게 개선돼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뻔히 시민 불편이 예상되는데도 이에 따른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휴무제를 시행하는 것은 직분을 망각한 일이다. 국민의 공복이자 시민의 봉사자인 공무원이 자신들 편하자고 시민을 불편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시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하며, 시민 불편이 예상된다면 문제점부터 보완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런 점에서 ‘준비기간’을 요구한 이번 광주구청장협의회의 결정은 지극히 당연하다.

광주공무원노조는 내달 1일 휴무제 실시를 기정사실화해 밀어붙이지 말고 다시 집행부와 시행시기를 다시 조율하기 바란다. 집행부 역시 민원 담당공무원들의 점심시간 보장을 위해 무인민원발급기 도입 등 후속조치를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