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 건축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좋은 디자인이다. 좋은 디자인에는 2가지 책무가 있는데, 하나는 주어진 부지에 요구되는 용도를 잘 담는 책무다. 공간적 쾌적성은 물론 화재나 방범,구조 등에 안전해야 하고, 에너지 절약도 공헌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도시구성 요소로써 도시에 공간적 경관적 공헌하는 책무다. 그래야 좋은 디자인이다.

건축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사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존재방식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게 된다. 건축의 존재방식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중시하는 관점이 달랐다. 그래서 건축역사를 도시역사라고도 한다. 중세시대까지는 시각적 효과를 바탕으로 건물형태와 배치, 가로공간, 광장 등의 디자인 질서가 돋보이도록 하는 존재 방식을 중요시했다. 실현방식은 양식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규범이었다. 개인자유가 신장하고, 산업적 합리성이 중시되던 근대시대에서는 개별부지를 최대로 활용하여 경제적 가치를 높히는 것에 중요성이 부여되었다.

기능주의를 바탕으로 분산과 개별성의 자유추구다. 혈연가족 붕왜와 함께 절연생활이 보편화 되고, 건축이 도시 경쟁력이 되고 있는 지금은 건축가의 창조적 표현이 허용되는 다양성 속의 맥락성이 중시되고 있다. 이른바 구조주의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창조성속의 맥락성 추구다. 이들 단어가 의미하듯이 여기에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과거 도시를 다시 한번 개성화 시키자는 포스트 모던이즘이 유행하던 시절에 건축가 필립 존슨은 뉴욕 A&T빌딩 설계 당시 1920년대 건축의 개성적인 머리 부분에서 힌트를 얻었다.

반면 제임스 폴세크는 500파크 에버뉴 건물설계에서 머리 부분의 장식이 없는 20세기 초 모더니즘을 기본으로 한 것이다.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문맥적 해석이 각기 다른 것이다. 특히 건축화되는 도시, 도시화 되는 건축의 상황에서 건축이 어떤 존재방식을 갖느냐가 좋은 건축이 되는 바로미터가 되는데, 결코 쉽지않다. 경관만 하드래도 이의 기본은 아름다움 추구가 아니라 개성 있는 도시추구다. 만약 아름다움만을 중시하게 되면 이의 도달점은 균일한 도시가 된다. 건축디자인 역시 결코 좋은 경관을 만들어 내는 기준치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을 창조하는 것이지만 통일적 관점을 갖는 것이 쉽지 않다. 이를 푸는 실마리는 도시비전과 도시 이미지가 되는데, 이는 행정의 몫이다. 행정은 다양한 방법으로 좋은 건축이 되도록 하며, 이 중심에 건축 심의제도가 있다.

그러면 건축심의가 창의성을 존중하면서도 도시에 공헌하는 좋은 건축이 되는데 일익을 해왔을까? 꽤 오래전에 국가 건축정책 위원회에서는 여러 사례를 들어서 건축 심의제도를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이러한 비판은 건축 실무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잠재되어 있던 것의 표출이었다. 심의는 디자인 가이드 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함으로서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자의적 심의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비판도 있었다. 과거 긴 세월 동안 심의 매뉴얼 없이 심의를 해 왔던 미관지구가 미관형성이 공헌하지 못한 사례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건축설계가 허가되기까지는 여러 심의를 거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각기 다른 지적이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심의 단계가 많다고 좋은 건축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비판이 많다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심의제도는 나라마다, 도시마다 각기 다르지만, 사전 협의 제도를 두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심의를 받고저 하는 사람이 건축도면을 행정에 제출하면, 행정은 해당 지역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적합한지를 사전 협의를 한다. 구조나 설비등 해답이 분명한 것은 국가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 설계를 했는지를 확인한다. 디자인 가아드라인에 적합하면, 심의위원회에 상정한다. 심의는 지붕이나 퍼사드, 도시공간과의 조화에 집중되는데, 대부분은 큰 지적 없이 심의가 이루어진다. 심의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도시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심의제도는 분업화 시대에 적합하도록 되어 있는 칸막이 행정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 법이 그렇게 심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심의 내용에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심의제도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지금은 축소지향형의 도시를 지향하는 시대다. 분리와 개별성의 확산형 시대에 적합한 심의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심의제도개선은 이제도가 도시공간에 얼마나 공헌 해왔는가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 해야 한다. 비슷한 내용의 심의는 묶어서 공동으로 하는 것도 필요한데, 그렇게 운영의 묘를 살리는 도시들도 있다. 구조나 방재등 답이 분명한 기술 분야는 국가 자격이 있는 사람의 설계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인증제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특히 디자인 심의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하는 심의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그래야 예측 가능한 설계를 할 수 있고, 일관성 있는 심의가 될 수 있다. 또 도시를 도시답게 하고, 도시다움을 만드는데 공헌하는 건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