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는 4월 17일부로 전국적으로 ‘안전속도 5030’이 전면 시행된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심부 주요도로는 50㎞/h, 이면도로는 30㎞/h로 최고속도를 제한하는 제도이며, 정부는 지난 2018년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줄이기 목표달성을 위해 최초 도입하여 금년에 제도를 정착시키기에 이르렀다.

전국적으로 5030 정책이 강력히 시행될 경우 보행 사망자가 약 430여명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부산지역에서 5030 정책의 전면시행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시행 전 대비 40.8% 감소된 데 따른 것이다.

사실 5030 정책의 전면시행에는 시민들의 많은 반발이 예상된다.

‘기름 값과 교통체증이 확 늘겠다’느니 ‘세금이 모잘라 과태료로 더 걷으려고 한다’느니 ‘왕복 10차로에 시속 50km 말이 되느냐’ 는 등 부정적인 여론이 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분출할 것이다. 어쩌면 초고속 열차가 등장하고, 초음속 여객기가 다니는 초스피드의 시대에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일이다’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단 한명이라도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에 우리 모두 조금 희생하고 받아들이는 인내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교통사고에 민감한 교통안전기관의 직원으로 매번 발생한 교통사고 내용을 분석할 때마다 ‘속도만 줄였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매년 수천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세상에 살면서 지인이나 가족 중에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사람이 한명도 없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통사고가 과연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교통안전을 위한 일은 또한 나와 내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인 것이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10위로 기록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기억이 난다.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살며 과연 선망하던 선진국 국민이 되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국민소득 뿐 아니라 의료시스템이나 교육수준 등 여러 분야에서 이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독 교통문화와 교통사고 사망자는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한참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후진국형 사고인 보행자 사고는 OECD 중 꼴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고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양적 팽창에 집중하여 그동안 안전이 차 순위로 밀려나 있었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물론 근래 먹고 살만하게 되면서 국민의 안전을 다시 보는 정부와 기관들의 노력으로 최근 몇 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가 급격히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00년에 1만명이 넘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작년에 3,081명으로 감소되었다. 20년 동안 자동차 대수가 약 1,200만대에서 2,400만여 대로 2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 사망자는 1/3로 줄어드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일견은 비약적으로 교통문화가 안정화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여전히 매년 3,000명 이상의 소중한 생명을 교통사고로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