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가 끝나가고 있다.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과연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워졌는가? 여권은 이 물음에 쉽게 답하진 못할 것이다. 유권자의 천만이 넘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은 참패했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가장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울 것이라는 민주당이 이런 말을 듣는다. 오죽하면 중앙선관위가 이 표현을 사용해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을 불허 했을까. 국민이면 대다수가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니….

5년 전 촛불시민혁명이 일어났고,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그런데 5년 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등을 돌리고, 탄핵의 전력을 가진 당의 후보를 지지했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나라를 만들자고 촛불을 들지 않았다는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과연 남은 1년 동안 집권세력이 부패를 척결한 능력과 의지는 있는가. 그렇다면 집권여당의 후보를 찍었겠지만, 아니었다. 그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넘어 그런 의지와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신감이 팽배하다. 특히 젊은 20~30대와 중도층이 이탈이 두드러진 것은 이런 연유가 아니었겠는가.

재보선 참패의 원인이자 핵심키워드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이다. 25차례에 걸친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과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부동산 세금을 올려서 실소유 목적이 아닌 부동산의 거래를 잡겠다는 정책은 세금이 고스란히 집값에 전가되면서 불평등만 키웠다. 우리나라는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선진국보다 크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빈부의 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서울에 84㎡(약 25.41평)짜리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면 월급 전액을 모아도 36년이 걸린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또 부동산 시세정보를 활용해 최근 18년간 서울시 소재 22개 단지 6300여 가구 시세를 정권별로 비교·분석한 결과 현 정부 들어 상승액이 가장 컸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토지 자산 지니계수가 0.8(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을 넘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1960년대 0.3 수준이던 토지소유 지니계수는 지난 2000년 후반에 0.7까지 커졌고, 지금도 더 커지고 있다. 여당은 선거 중반에 부동산 정책 실패를 선언하며 잘해보겠다고 의지를 밝혔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 그런 얘기는 다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치다. 우리 삶을 결정한다. 정치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퇴행하면 우리 삶은 큰 영향을 받는다. 야당도 그렇다. 내년 초 치러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든 야든 이런 면에서 보면 국민이 박수 칠만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상대의 무능과 허물에 기인한 정치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누가 더 못하느냐의 선거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발전의 동력을 잃게 된다.

재보선 패인과 관련해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언급한 것을 두고 강성파 당원들이 해당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도 “괘씸하다”, “당을 떠나라”, “변명이 그것뿐이냐”는 글들이 줄을 잇는다. 민주당은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를 용납하지 못하는 당인가.

새 지도부 경선에 주류인 친문의 2선 후퇴론이 부상하고 있다. 당 대표 주자 중에는 홍영표 의원이, 원내대표 주자 중에는 윤호중 김경협 의원이 친문으로 분류된다.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구할 비상대책위원장에 도종환 의원이 선출된 것도 말이 많다. 순혈주의로 망친 당에서 친문 비대위원장이라니…. 노웅래 전 최고위원은 “쇄신의 진정성이 있나.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성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이면 폐족이 될 친문들은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불나방처럼 좋아하겠지만….

새로운 인물과 가치, 새로운 노선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특히 민주화의 성지이자, 민주당의 핵심 기반인 호남에서 새 깃발을 들어야 한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국민의 아픔을 달래주는 정치가 절실하다. 그래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