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와 명소가 연계된 공간들을 찾아 예술적 갈증을 해소하고 힐링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면 매우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관련 특별전이 아닌데다 광주권을 벗어나 전남권에서 열리는, 몇몇의 독특한 콘셉트와 타이틀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 전시들은 그 지역 명소와 연계돼 있어 전시도 보고, 명소도 둘러볼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일거 양득이다. 외출하기 좋은 봄 시즌을 맞은 만큼 관람객들이 모처럼 평면이나 설치 중심에서 탈피해 정치인 아카이브와 옛 꽃창살, 기왓장 회화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화순 석봉미술관의 ‘코리아 연대기 김대중 아카이브’전을 비롯해 ‘대원사 티벳박물관’의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 ‘중국 고대 꽃창살’전, 전직 교장 출신이 마련한 천관산 자락 봄을 품은 기왓장 그림전 등이 그것들이다. 전시가 열리는 일대에는 화순 동구리호수공원과 만연사,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된 바 있는 주암호에서 보성 대원사 길, 그리고 대원사 경내, 여기다 호남의 5대 명산의 한곳으로 꼽히는 천관산 등이 포진하고 있다. 그래서 전시도 보고, 명소도 둘러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나들이로 손색이 없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 진행하겠다는 이들 전시는 다양한 볼거리로 관람객들을 손짓하고 있다. 이들 전시를 정리, 소개한다.

먼저 동구리 호수공원 내 위치한 화순 석봉미술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1924∼2009)의 정신을 기리고 아카이브를 통해 그의 삶을 재조명하는 기획 전시회 ‘코리아 연대기 김대중 아카이브’전을 지난 6일 개막, 오는 5월2일까지 갖는다.

‘거룩한 지도자 김대중’이라는 타이틀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국내 1호 노벨상(평화상) 수상자인 전남 신안 출생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정치사상 등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12주년(8월18일)을 앞두고 민주·인권·평화를 줄곧 정치사상으로 역설해온 그의 삶과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서양화와 서예, 사진 등이 출품됐다. .

‘동행-김대중&김정일’

1층 제1전시실에는 김 대통령의 역사적 순간을 회화로 그린 서기문 교수(전남대 미술학과)와 조현수 작가(광주미술협회 이사)의 작품으로 꾸며졌으며, 2층 제2전시실에는 학산 곽정우를 비롯해 학정 이돈흥 담헌 전명옥 금초 정광주 등 서예작가 18명이 서예로 표현한 김대중 어록 작품을 출품했다. 이외에 석봉전시실에서는 국민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 지도자의 모습 등 고인의 생애가 담긴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 기념음악회도 ‘노래로 세상을 보다’라는 타이틀로 마련됐다. 6일 첫번째 순서를 진행한데 이어 오는 20일 오후 3시 석봉미술관에서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 휴관이고 관람료는 무료.

이어 전남 보성 소재 ‘대원사 티벳박물관’은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 ‘중국 고대 꽃창살’전을 지난 10일 개막, 오는 12월31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이번에 선보일 꽃창살들은 부산의 하련 여사가 기증한 유물들로, 중국 명·청대 꽃창살문과 목공예품 200여점과 함께 현장 스님이 10여년 간 네팔과 티벳을 여행하며 수집한 민속탈 100여점이 출품돼 선보인다.

최세영 작가의 기왓장 작품

특히 중국 명·청대의 꽃창살문은 후베이성 싼샤댐 부근에서 수집된 것으로, 중국 전통 창호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공예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불교에서 문은 신성한 부처의 극락세계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중생의 사바세계를 이어주는 경계로, 이승의 중생이 극락으로 건너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한다. 대개 아름답고 화려한 꽃창살로 장식돼 있는 이유다.

꽃창살 조각들은 화려하고 정교한 목공예의 기교가 돋보인다. 통나무 원목을 자르고 건조시켜 2중 3중의 투각 기법으로 여러 가지 길상동물을 아름다운 꽃문양과 조화롭게 새긴 점이 특징이다. 여기다 석채로 채색하고 금박으로 화려함을 더했지만 세월과 함께 금박과 채색이 일부 벗겨졌다. 그러나 목질이 드러나면서 더욱 고아한 운치를 보여주고 있다.

관람은 화~일요일 가능하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중국 명·청대의 꽃창살문

이외에 전직 교장 출신인 최세영 작가의 ‘천관산 자락 봄을 품은 기왓장 그림’전은 오는 27일부터 5월10일까지 장흥군 관산읍 효자송길 117-27(천관산 효자송) 일대에서 진행된다. 기왓장 그림으로 여는 첫번째 전시로 야외정원 곳곳에 작품 100여점을 출품해 선보인다. 기왓장에는 산과 나무, 꽃 등 자연이 형형색색의 색상을 입은 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최 작가는 초대 인사말을 통해 “봄이 가장 먼저 오는 정남진 천관산 자락에서 코로나 등 힘든 사회 생활 속에 우울함을 털어내고 잠시나마 꿈과 희망을 찾아보기 위한 취지로 기왓장 그림을 정원에서 선보이게 됐다”며 “편한 마음으로 방문해 마음껏 봄을 품어 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세영 작가는 충북 제천 출생으로 천관산 개인 사진전(1회)을 포함해 전남 사진 합동전 10걸상, KBS 1TV의 ‘나의 살던 고향-녹색보고’ 등 각종 방송에서 전파를 타 이름을 알렸다.

기왓장 그림 전시 모습

영암여중고 교장으로 2019년 명예 퇴임했다. 현재 장흥에 머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