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버릇처럼 이메일 창의 ‘새로고침’을 눌렀다가 눈에 띄는 제목 하나를 발견했다. 전남대 ‘인벤할머니’ 故 서길자 할머님 별세’라는 내용이었다. ‘인벤할머니’라는 글귀에 지난 대학 시절의 추억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늘 푸짐한 웃음으로 전남대 인문대 벤치 앞을 지키던 할머니. 큼지막한 대야에 설탕 묻은 도넛, 사과, 귤 그리고 콘 아이스크림 등 계절에 맞춤한 먹거리들을 팔던 모습들. 그 자리를 40년이나 지켰다니, 고작 4년 학교를 다닌 나에 비할 바 없이 전남대와 깊은 연을 맺은 것은 틀림없다.

재학 시절, 인문대 벤치 앞을 지날 때 마다 ‘인벤할머니’를 그냥 지나치긴 어려웠다. 점심 후, 오후 수업이 있을 때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할머니의 ‘영업장’을 빙 둘러 섰다. 할머니가 아낌없이 꾹꾹 눌러 담아 퍼주던 콘 아이스크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를 건네며 흐뭇하게 웃어주던 그 미소도 또렷하다.

날씨에 상관없이 늘 ‘인벤’ 앞을 지켰던 할머니였기에, 그가 보이지 않은 날에는 “오늘 왜 안 나오셨지?” 부재를 인식할 정도였다. 언제고 그곳에 있을 것 같던 할머니의 소천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정작 학교를 다닐 땐 몰랐지만, ‘인벤할머니’는 5·18 당시 학생들에게 주먹밥과 떡을 나눴고, 장사를 통해 모아온 재산의 일부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전남대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등 귀한 일들을 하셨다는 것을 알았다.

그 귀함이 할머니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한다. 전남대 학생들은 고인을 기억하며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인문대 벤치 앞에 작은 추모공간(분향소)을 마련했다. 고인의 가족들은 이에 보답하고자 할머니의 상징과도 같은 ‘사과’를 나누면서 생전 할머니와의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할머니가 이번 생에 나눴던 넉넉한 정만큼, 후생에서도 내내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깊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