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초등학생시절같은반친구였던그는고아였다.성격이밝고언죽번죽구는비위도좋아서특별히거리를두거나척진친구가없었다.학교성적에서두각을나타내지는못했어도보통의숫기좋은또래들과다를바가없는친구였다.

하지만학교체육대회가있었던다음날그친구가연루된일로학교가소란스러웠다.부모님이없었던그는혼자체육대회에참가할수밖에없었는데그모습을본다른친구녀석이깐죽깐죽약을올렸던모양이었다.화를어떻게,얼마나돋웠는지는알수없다.다만그날만큼은고아친구의표정이밝지못했고,자신의자리를비우는일이잦았었다.

점심시간이되자대부분부모님과함께식사를했는데고아친구는어디로갔는지눈에띄지않았다.나중에귀동냥으로접한이야기로는고아친구는같은고아원에있는형제들과모여식사를했고,때마침그모습을본녀석이자신의부모님을자랑하고싶은마음에고아친구를자극한모양이었다.결국고아친구는녀석에게주먹을휘둘렀고,자신의아들이고아에게맞았다는이야기를들은부모님이학교를찾아오는소동이벌어졌다.다행히담임선생님이중재에나서잘마무리됐지만그날이후고아친구는말수가줄고소극적인모습이됐다.유치한이야기지만당시많은친구들은고아친구를안타깝게바라보면서자신들에게는부모님이있다는사실에감사했다.학교까지찾아와시비를가리려고한부모님에대해서는고까운마음을갖기도했다.

돌이켜보면우리의성장과정에서‘나를지켜봐주는어른’이있다는것이얼마나큰안식이되었던가.당시에는미처깨닫지못했지만,잠자리걱정없이해름참이되도록온종일골목길을뛰어다닐수있었던것도,함께놀던동네형과시비가붙으면옅은객기를부릴수있었던것도뒷배를봐주는어른이있었기때문이다.엄마지갑에서몰래돈을꺼내과자를사먹은일로무릎을꿇고앉았는데말없이바라만보시던아버지의눈빛,주먹다짐을벌인친구부모님이학교에찾아왔는데대신사과를하고돌려보냈던선생님의마음에서읽어야할메시지가무엇인지알고자용쓰던기억이지금까지선명하다.

세월이흘러이제그아이가아이를낳고기르는나이가됐다.아이는유치원생에서초등학생과중학생,고등학생으로하루가다르게성장해가는데그과정에서절실히깨닫는것은‘아이를지켜봐주는어른’이쉽게되는것이아니라는점이다.학교에서배운사회와학교밖세상의차이를어떻게이해시켜야하는지,어떻게사는것이가치있는삶인지,아이의판단에대해부모조차도확신이서지않을땐어떤조언을해야하는지혼란스럽다.어른이니까당연히하는행동으로여겼던일들,우리의부모님과선생님의몸짓하나만으로수많은이야기가읽혀지던그울림을도무지흉내조차낼수가없다.

어른은세월의켜만쌓인다고해서되는것은아닌듯싶다.시간이지나면누구나자라고나이를먹지만모두가자신의일에책임을지고남이믿고따를수있는길을여는것은아니다.누군가는남에게씻지못할상처를주고서도모르쇠로일관하고,또다른누군가는곁에눈한번돌리지않고오직자신의이익을좇는일에만매달리기도한다.있는자들의오만함과짬짜미가빚어낸각종비리나불·탈법은정도가넘은지오래여서듣는것조차역할지경이다.

더욱답답한것은‘우리사회에서존경할만한어른이없다’는이야기가들릴때다.그시대의어른은언행이바르고일치해그시대의등불이될수있는사람이다.구성원들이가치의충돌이나갈등으로혼란을겪을때,국가와국민을위한판단이나결단이필요할때대안을제시하고실천할수있어야한다.본인스스로는지역사회나국가의어른이라고자칭하더라도그가밝힌철학이나견해를사회구성원들이정작존중하지않는다면진정한어른이라고할수없을것이다.‘누구는존경받는분인줄알았더니표리부동하더라’‘누구는속이너무좁아그릇이작더라’는‘어른아닌어른’의이야기가들릴라치면절로한숨이나온다.

존경받는어른이많은사회는건강한사회다.그만큼어른이된다는것이쉽지않다는뜻이기도하다.우리의지나친이기주의나물질주의가배려와소통,화합의선한가치보다는이기주의,불통이라는그릇된가치에덜미가잡힌괴물들을만들어가는기폭제가되고있는것은아닌지,또우리아이들을자기가보고싶은것만보게하는정신적색맹이나고아로만들고있는것은아닌지되돌아볼일이다.

스스로에게묻는다.지금,나는어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