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물속에서 그는 춤을 췄다. 가만 서 있기도 벅찬 물속에서 정중동(靜中動)의 몸짓을 그려 내고 있었다. 하얀 천을 훠이 날리기도 했고, 물속에서 헤어 나오려는 듯 벽을 쿵쿵 치기도 한다. 무심히 재생버튼을 눌렀다가 허리를 곧추세우고 바로 앉았다. 그저 드러누워 흐트러진 자세로 감상하기엔, 이 영상에 담긴 예술인들의 노고를 너무 잘 알아서다.

지난달 유튜브로 공개돼 화제를 모은 ‘기억되지 못한 운명들의 기억’ 속 주인공 홍은주 전남도립국악단 단원을 최근 만났다.

반가운 인사 대신 “너무 고생하셨겠어요”하고 마음을 전했다. 5분 5초의 결과물을 위해 그는 장장 10시간을 물속에 있었다. 제멋대로 흐트러지는 의상을 정돈해야 했고, 붕 떠오르려는 부력을 견뎌야 했으며, 꼬르륵 발사되는 공기 방울을 컨트롤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촬영을 마치고도 3일간은 코에서 물이 나왔다며 웃으며 말하는 그의 후일담이 애잔하게만 들린다.

작품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무로 기획됐다. 코로나 탓에 관객들을 만나는 게 제한적이게 되니, 무대의 확장을 꾀했다. 곧 다가오는 세월호 7주기 이야기가 나왔고, 이를 어떻게 풀어내어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무용수는 무대 위가 아닌 물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홍 단원은 체력적인 고됨은 견딜 수 있었던 반면, 물속에서 느꼈던 두려움과 외로움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고 털어놨다. 밀려드는 공포감 속에서 그는, 희생자들이 겪었을 고난을 가늠해 본 시간이었다. 그럴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바로 ‘잊지 않아야 한다. 꼭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그의 몸짓은 시대의 아픔 속에서 져버린 모든 이들을 위한 위로의 움직임으로 기록됐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에 대한 답을 찾은 것처럼 귀한 마음이다. 지금, 여기,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일. 그것이 바로 예술이 우리네 삶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펜은 칼보다 강하다 했는데, 어쩌면 ‘펜’과 ‘칼’보다 더 강한 것은 시대의 아픔을 보듬는, 그럼으로써 또 기억하는 ‘예술’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