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정충신 장군에 대해 막연하게 들었죠. 충장공 김덕령 장군은 다들 잘 알고 있는데, 금남군 정충신은 잘 모르고 있더군요. 광주에서 언론생활을 시작, 서울로 옮겨 오랜 기자 생활을 한 뒤 한국 역사의 가장 불행한 시기를 임진왜란 정유재란 인조반정 이괄의 난 병자호란 이 무렵으로 생각했어요. 그 상황에서 장군의 일대기를 소설로 되살려보자 마음 먹은 것이죠. 우리 고장 출신이니까 제 관점으로 풀었습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불행했던 시기인 선조-광해군-인조 대의 무장으로 시대모순을 헤쳐나간 보기 드문 개혁파로서의 일생을 살았던 조선 중기 때 무신 만운 정충신(鄭忠信 1576~1636년)의 일생을 그린 역사소설 ‘깃발’(전 5권)을 종합출판 범우(주)에서 최근 펴낸 전남 무안 출생 소설가 이계홍씨는 이처럼 출간 소감을 밝혔다.

이 소설가는 정충신이 살다간 무렵을 구한말과 해방 전후, 5·18광주민중항쟁과 6·10 항쟁 등 네 시기를 가장 불행한 시대로 꼽았다. 그는 구한말 동학은 공부가 되지 않아 소설적으로 형상화를 하지 못했고, 해방공간의 역사는 ‘월간 문학’에 3년 동안 연재해 조명했다고 했다. 그래서 여전히 자신이 구상한 역사소설을 매듭짓지 못했다고 들려주면서 정충신 장군의 일대기를 형상화하는 데 자료 부족같은 것을 겪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분의 일기나 종친회 등을 활용해 접근했다고 한다.

그는 “정충신 장군의 일기가 있다. 저는 그 일기를 확보해 가지고 있었다. 정충신 장군의 문집이 있다. 초창기 일기는 도난 당해서 많지 않다. 종친회의 도움도 받았다”면서 “작가적 상상력과 기자적 현장감을 발휘해 접근했다. 중·후반부는 그분의 일기를 중심으로 전개했다. 다만 후반부에 아쉬운 것은 자료에 충실하다보니 집안이야기 등 사적 이야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분의 군호 및 작호가 금남군이고, 그 군호를 따서 광주의 대표적 거리인 금남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는 “그분의 묘소가 충남 서산에 있다. 그래서 관심이 덜한지는 모르나 광주 출신으로 유일하게 충무공이라는 시호를 받은 분이다. 주로 압록강과 두만강에 복무한데다 선대 이후 귀양 가는 등 풍파를 겪었다”면서 “이런 인물을 조명하는 것은 임진왜란 전후사를 제대로 평가하자는 것도 있다. 다만 인조반정 다음에 이괄의 난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지금이라도 오류를 바로잡는다”고 언급했다.

이 소설가는 마지막으로 언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5·18과 6·10항쟁을 형상화한 소설을 펴낼 계획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