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대표적 거리로 5·18민중항쟁의 주요 집결지였던 금남로. 금남로는 이분이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 아래에서 종군했고, 이괄의 난을 평정해 1등 공신으로 책정되고 금남군에 군호가 봉해진데서 비롯됐다. 이 분은 바로 조선 중기 때 무신 만운 정충신(鄭忠信 1576~1636년)이다. 광주 금남로 외에 경렬사(景烈祠)에 배향돼 있으며, 사직공원에 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이런 정충신을 그린 소설이 출간됐다. 임진왜란에서부터 병자호란 직전까지 한반도를 지켜온 정충신 투혼의 삶을 그린 전남 무안 출생 소설가 이계홍씨의 역사소설 ‘깃발’(전 5권)이 종합출판 범우(주)에서 출간됐다.

열일곱 소년의 나이로 2500리 길을 달려 의주로 피란 간 선조 임금에게 장계를 전달하는 등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괄의 난, 정묘호란, 병자호란 직전까지 오직 군인 외길을 걸어온 금남군 정충신 장군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는 우리 역사상 가장 불행했던 시기인 선조-광해군-인조 대의 무장으로 시대모순을 헤쳐나간 보기 드문 개혁파로서의 일생을 살았던 인물 정충신의 고뇌가 투영돼 있다.

만 16세에 무과에 차석으로 급제한 뒤 생애 60년 동안 44년을 국방의 최일선에서 오직 군인의 외길을 걸어온 정충신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작가는 광주시의 주 도로이자 5·18 민중항쟁의 본거지인 ‘금남로’가 정충신의 업적을 기려 내린 시호(諡號)인 ‘금남군’에서 유래된 점에 유의하면서 광주 정신과 일치된 정충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려냈다. 정충신은 임진왜란 3대 육전(陸戰) 중 하나인 이치ㆍ웅치대첩(전라도 금산ㆍ완주ㆍ무주ㆍ진안ㆍ장수)에서 소년 척후병으로 활동하며 승리로 이끈 숨은 주역 중 한 사람으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30여 년 언론 현업에 근무하면서 사실상 문학을 중단했다. 그러다 10여년 전 퇴직과 함께 우리 역사의 내면, 그 중에서도 역사의 수난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수난기를 임진왜란-정유재란-정묘호란-병자호란-구한말과 해방 공간 등 크게 세 시기로 분류해 조망했다. 그러던 중 묻혀있다시피한 역사인물을 호출하기로 하고, 금남군 정충신 장군의 일대기에 매달려왔다.

저자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남도일보에 금남군 정충신 장군 일대기인 역사소설 ‘깃발’을 650회에 걸쳐 장기 연재해왔다. 분량은 200자 원고지 7000장.

그동안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조선조 중기의 무장 정충신 장군 이야기를 우연한 자리에서 듣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평상시 역사에 관심이 있었지만 정충신 장군의 존재를 잘 몰랐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과 똑같이 충무공 시호를 받은 금남군 정충신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데 놀랐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괄의 난, 정묘호란, 병자호란 발발 직전까지 오직 군인 외길을 걸어온 정충신 장군의 일생은 드라마적 파노라마 바로 그 자체였다”고 밝혔다.

저자인 이계홍씨는 동국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1974년 ‘월간문학’ 신인상 소설부문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작품집 ‘틈만 나면 자살하는 남자’와 중편소설집 ‘비껴앉은 남자’, 소설집 ‘밑천’, 장편소설 ‘초록빛 파도’, 소설집 ‘서울 노마드’ 등 다수를 펴냈다. 동아일보 기자와 문화일보 문화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서울신문 논설위원과 수석편집부국장 및 통일문제연구소장을 지냈다. 서울여대와 용인대 겸임교수,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객원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국책연구기관) 연구기획조정팀 전문위원 등을 두루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