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애송 시인이 첫 시집 ‘우리는 어쩌다 어딘가에서 마주치더라도’를 걷는사람 시인선의 37번째 권으로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자신을 비롯해 체념하며 살아가는 모든 현시대인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응축해 투영하고 있다. 시인은 개인의 불행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는 현대인의 풍토를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로부터 발견한다. 표현방식은 시적 메타포에 의존한다. 그의 시 ‘어떤 페이지’를 보면 세상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들과 관계를 맺고 시적 자아의 입장이 어떠한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어쩌면 이 시집에서 시인이 추구하고자 한 시적 담론이 구사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시인은 ‘마음, 이라고 읽으려다/그 사람이 왔다고 착각했다//견딘다는 것은/체념과 또 다른 체념을/몸에 익히는 것//기대와 체념을 반복하는 것//혼자 중얼거리며 위로했다’고 노래한다.

그가 딛고 있는 삶의 영토에서 무엇이 시인을 기대하게 하고, 체념하게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파열음처럼 태동하는 시간들로 읽혀진다.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을 보면 요즘 그의 삶은 비교적 슬픈 정조에 놓여있는 듯하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정조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작품을 보면 그는 확실히 눈물이 잦다. 발이 시린 계절로 어느덧 접어든 시인이 슬픈 정조에 놓여있는 듯한 느낌의 작품 ‘눈물의 이동경로’에서 ‘눈물을 흘려도 하루가 지나가고/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하루는 지나간다//가끔 어느 것이/더 괜찮은 것인지 모호할 때가 있지만//어느 것이 더 잘 사는 것인지/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지만//그래도/그럼에도 불구하고/하루는 가는 것//눈물에는 악착같은 이동경로가 있을까’라고 읊는다.

이는 삶의 향방을 논하는 자리에 도달한 시인이 매일 매일을 ‘지구 위에 엎질러진 하루’(‘쟁반’)로 인식하는 가운데 자주 대면하는 슬픔에 대해 깊이있게 천착하고 있는가를 직감할 수 있다.

시인은 시 ‘발이 시린 계절’에서 ‘발이 시린 계절은/누구에게나 왔지만/누구나 허락하지 않았다’고 술회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알 수 없는 거리두기에는/슬픔이 빠져 있다’고 한다. 결국 누구나 몸과 마음이 아프지만 이 지점에 도달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를 품으면서 결국 ‘슬픔’의 누락을 잊지 않고 이야기한다. 이를 서정의 메타포로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시집은 ‘새들이 머무르다 종종 날개를 잃어버리는’을 비롯해 ‘슬픔을 불러야 한다면’, ‘나는 당신을 모르고 당신은 나를 모르고’, ‘다정한 슬픔이 온 날’ 등 제4부로 구성, 기대와 체념의 시학을 펼친 51편이 수록됐다.

문학평론가 장은영씨는 “지금, 여기에 닥친 불운에 대한 메타포로 가득하다. 삶의 불운이 각자의 능력과 무기력함으로 전가된 현실의 부조리를 응시하면서 현실이 우리의 삶에서 몰수한 미래를 시인의 유일한 무기인 시적 메타포를 들고서 되찾고자 한다”며 “시인의 불운한 메타포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이 시집에서 말하는 미래는 명멸하는 빛처럼 언뜻 빛을 드러낼 뿐이지만 분명히 도래할 시간이라는 점”이라고 평했다.

백애송 시인은 광주 출생으로 2016년 ‘시와 문화’에 시가, 같은 해 ‘시와시학’에 평론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연구서 ‘이성부 시에 나타난 공간 인식’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