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출생 소설가 홍광석씨가 장편 소설 ‘고원의 강’(책가 刊)을 펴냈다.

오늘날 해체가 심화되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이 소설은 부모와 자식이 갖는 존재의 의미를 심층있게 탐구, 등장인물을 통해 재해석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일방적인 독주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이해 및 협력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솔선하는 경미가 등장한다, 그리고 부모를 배척하면서도 정상적인 가족을 이해하고 그 길로 다가서는 기록이지만, 아픈 기억으로 남은 가족에 대한 본능적인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무살에 집을 떠나 서울에 자리를 잡고 또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주인공인 ‘나’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군이 포진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독선과 강압에 저항하면서 원초적인 모성을 찾아 헤매는 입장에 처한다. 그러다 나는 20년 만에 아버지로 인해 귀향하면서 어느 정도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아내(경미)에게만 맡겼던 두 아들의 성장을 확인하는 과정도 그렇지만, 기억을 잃은 어머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고원에 정착하게 된다.

독선과 강압적이던 아버지는 시한부 인생이 돼서야 정신적, 심리적인 변화를 보인다.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됐고, 그런 이후 평온한 죽음을 맞이한다.

소설에는 아버지의 변화를 이끌어낸 인물이 엿보인다. 양순철과 한보살이 그들이다. 이들은 범상치 않은, 보통의 이력을 뛰어넘는다. 등장인물에 대한 관심을 자극한다. 양순칠은 빨치산 이력을 가진 장기수 출신으로, 산속에서 약초를 채집하는 약초꾼이지만 ‘민족해방가’를 풍금의 건반에 실으며 한을 푸는 의미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세정을 바로 잡아주고 화자(話者)인 나에게도 영향을 준 주인공 중 한 사람이다. 이어 한보살은 주인공 의식에 감춰진, 일상의 작은 갈림길에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는 원시종교의 실체를 보여주는 존재다. 아버지의 편안한 죽음에 도움을 주고 어머니와의 화해를 도와주는 인물이다.

특히 감정의 표현에 직설적이고 일탈을 꿈꾸었던 여동생 상희는 인내와 절제에 익숙한 모습으로 살았던 나의 또 다른 분신으로 그려진다. 이세정은 권력과 자본의 다른 희생자이면서 자녀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의 소중함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설정된 특별한 조연으로 읽힌다.

이처럼 이 소설에는 많은 인물들이 소설적 장치로 등장하며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극적 재미를 더한다.

저자인 홍광석은 광주매일과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장편소설 ‘회소곡’, 산문집 ‘아내의 뜨락’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