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화의 마지막 거장으로 평가받는 전남 신안 출생 아산 조방원(1926~2014)의 서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창암 이삼만의 ‘창암체’와 원교 이광사의 ‘원교체’ 그리고 추사 김정희 ‘추사체’를 접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아산조방원미술관은 지난 1월2일 개막, 오는 3월31일까지 ‘설후(雪後), 쓸쓸한 달빛과 메마른 바람’이라는 타이틀의 상설전을 갖는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아산 조방원 선생의 겨울 산수를 담은 먹그림들과 아산이 생전에 서예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수집한 창암 이삼만, 원교 이광사, 추사 김정희의 작품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먹산수와 서예를 비롯해 간찰과 서첩 등을 만날 수 있다.

원교 이광사 12폭 병풍 ‘두보시’

아산은 생전 공자의 말처럼 옛것을 학습함으로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대상이 바로 창암 이삼만과 원교 이광사의 글씨들로 설명된다. 아산은 창암과 원교의 작품들을 보고 즐기면서 그들의 경지에 깊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산이 구현한 채색을 배제한 수묵으로 구현된 세계는 무념무색(無念無色)의 오묘한 먹색의 경지를 통해 아산만의 의경(意境)을 담아냈다.

특히 아산은 먹그림을 통해 탈속과 무심필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그 세계는 무욕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동국진체가 이런 무욕한 민초들의 정서에 맞닿아 있다. 아산은 많은 작품들에 장문의 화제들을 남겼다. 주로 자연을 노래한 한산시(寒山詩)들이었다. 아산은 생전에 서예전을 준비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글씨를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다며 겸손함을 드러낸 바 있다.

창암 이삼만 서첩 ‘여원규서’

그러나 아산의 글씨들은 그림이 담아낸 그의 정신과 철학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는 붓을 칼같이 세우고 한 획 한 획 힘찬 글씨를 독창적으로 보여줬다. 이런 아산의 서체는 평생을 흠모하며 쫓았던 창암과 원교의 영향이 지대하며 전국 곳곳의 비문을 찾아 연구하고 옛 명인들의 간찰을 수집해 곁에 두고 수없이 임서(臨書)한 결과로 읽혀진다.

아산조방원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상설전에 대해 “아산의 서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창암 이삼만과 원교 이광사, 추사 김정희의 서체를 함께 전시, 국내 서예사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명인들의 작품과 아산의 먹산수를 함께 소개하는 자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