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양항(투포트) 정책이 흔들리면서 광양항의 물동량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반면에 물동량이 늘어나는 부산항은 제2 신항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인천항도 황해권 거점항만이 되겠다며 컨테이너부두를 확장할 계획을 밝혀 대조를 보인다.

특히 부산항은 12조 8000억 원을 들여 건설하려는 제2 신항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에서 탈락하자 사업구간을 단계별로 나눠 추진할 방침인 반면에 광양항은 스마트항만 개발 규모가 고작 6000억 원에 그치는 실정이다.

27일 전남도와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 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41만TEU에 달했던 광양항의 물동량은 지난 2019년 238만TEU, 지난해엔 216만TEU로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광양항의 물동량의 떨어진 것은 정부의 양항 정책 기조가 실종된 것은 물론 코로나19 확산과 대형선사들의 해운동맹 가입, 비(非) 컨테이너물동량의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물량의 감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최근 덴마크의 세계적인 해운사인 머스크사를 비롯해 HMM(옛 현대상선), SM상선 등이 떠나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전남도는 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양항 이용 선사·운영사·화물중개업자에게 지난 달부터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반면 부산항과 인천항의 물동량은 증가하면서 새 항만과 부두 건설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2181만 TEU로, 전년 2199만 TEU에 비해 0.8%가 줄었다. 그러나 환적화물이 증가해 전체 물동량 감소분을 상쇄했다. 환적화물의 경우 전년(1164만 TEU)보다 3.2% 늘어난 1201만 TEU를 기록해 부산항의 전체 물동량 하락을 방어했다.

인천항의 경우 지난해 컨테이너 처리 물량은 전년(309만 TEU) 대비 5.6% 증가한 326만 TEU를 기록했다. 인천항 개장 이후 최대수준이다.

신 항과 신 부두 개발도 광양항과 부산항은 큰 차이를 드러낸다.

부산항은 총사업비 12조 4000억 원이 투입되는 경남 역사상 최대 국책사업인 제2 신항(진해신항)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착공 목표인 제2신항 건설 사업은 지난 달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부산 제2 신항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 인근 해상에 오는 2035년까지 15개 선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선박 대형화·물동량 증가에 대비해 초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스마트 항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수부는 “부산항 제2신항 건설 사업을 2개 단계로 나눠 예타 조사를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사업 중 1단계로 9개 선석(8조 2000억 원)에 대해 예타 조사를 이달에 신청해 올해 내에 사업 추진 타당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6선석은 2단계 사업으로 추후 신청한다.

반면 광양항은 3단계 2차 부두 4선석 규모에 2026년 까지 국비 5940억 원을 들여 자동화부두를 건설할 계획이다.

부산2신항과 규모 면에서 20배가 넘는 차이가 난다.

그나마 전남도와 서동용 의원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 면제를 주장했고, 설계비 95억 원을 올해 사업비로 요청했으나 관철하지 못했다.

인천항도 오는 2030년 물동량 500만TEU 달성을 위해 컨테이너 부두 건설에 박차를 가해 황해권거점항만이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와 관련 서동용 의원은 지난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해수부에 “‘투포트정책은 어디로 갔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해수부 관계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 의원은 “파도를 막는 방파제를 따로 건설할 필요가 없는 천혜의 국제항구가 바로 지척에 있는데 부산항에만 수십 조원을 들여 투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국가항만정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무관심도 한몫을 하고 있다.

타지역 항만들은 지역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항만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장기 발전계획을 세우고 로드맵에 따라 이를 실행하고 있는 반면에 광양항은 민관합동의 항만발전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광양항 관계자는 “해마다 물동량이 크게 늘고 있는 동북아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밀려나면 ‘빈인빈 부익부’가 심화돼 광양항은 동네 항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