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두환씨 측이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대법원에 관할 이전 신청서를 내면서 지역 사회에 공분이 일고 있다.

형사소송규칙상 관할 이전 신청이 제기된 경우 결정이 나오기까지 소송절차를 중지해야 하기 때문에 전씨 측이 이를 악용,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한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5·18기념재단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씨 측은 최근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 관할이전 신청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 3부가 맡게 됐다.

형사소송법 제15조를 보면 관할 법원이 법률상의 이유 또는 특별한 사정으로 재판권을 행할 수 없을 때와 범죄의 성질, 지방의 민심, 소송의 상황 기타 사정으로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운 염려가 있는 때 상급 법원에 관할 이전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형사소송규칙 제7조에 따라 관할 이전 신청이 제기된 경우 그 신청에 대한 결정이 있기까지는 소송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 일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전씨는 1심에서도 서울에서 재판을 받겠다며 재판부 이송 신청을 냈지만 2018년 7월 11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기각됐다. 또 같은 해 9월 또 다시 관할 이전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재항고도 대법원에서 ‘규정 없이 이뤄진 것으로 요건에 맞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종 기각 결정이 나왔다.

당시 전씨 측의 이 같은 행태를 놓고 지역 사회에서는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항소심을 앞두고도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면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1심 때부터 일련의 행태를 보면 전씨 측은 본인의 재판 진행 과정을 될 수 있으면 회피하려고 하고 지연시키려고만 하고 있다”며 “하지만 5월 단체를 비롯해 광주 시민들이 이를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1심 재판 과정에서 전씨가 반성 없는 후안무치한 행태로 전 국민을 우롱했다”며 “아마 법원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 한다면 관용을 베풀 이유가 없다. 엄격한 법의 잣대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헬기사격 존재를 인정하면서 전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