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민행정의 최일선에 있는 광주지역 공무원들의 점심 식사 시간 보장을 골자로 한 ‘중식시간 휴무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 공무원노조는 일선 직원들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해당 제도 시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편의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르면서 실질적인 도입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광주 자치구와 전국공무원노조 광주본부 등에 따르면 ‘중식시간 휴무제’는 평일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1시간 동안 구청 민원실과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의 휴식을 보장, 민원 업무를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은 공무원의 1일 근무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하며,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시까지로 두고 있다.

문제는 일선 행정복지센터와 민원실에서는 법적으로 명시된 휴게 시간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선 직원들은 점심시간에도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민원인들을 응대하기 위해 번갈아가며 최대한 빨리 식사를 해결하고, 일부 직원들은 민원 방문에 따라 식사를 중단하는 경우가 잦다며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공노 광주본부는 지난해부터 ‘중식시간 휴무제’ 도입을 요구, 지난 18일에도 자치구 부서장 간담회를 통해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지난 20일엔 구청장협의회 정례회를 찾아가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구청장협의회는 해당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점심시간 민원 중단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일 시간을 내기 힘든 시민들은 주로 점심시간을 쪼개 민원을 방문하는데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해당 제도 도입이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우려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실무진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인민원발급기를 확대 보급하는 것을 전제로, 현황 조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무인민원발급기는 인감을 제외하고 최대 70여 종의 제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지만, 설치 비용이 대당 3000만원 가량 소요된다.

현재 무인민원발급기가 설치된 행정복지센터는 동구 13개 행정복지센터 중 3곳, 서구 18곳 중 10곳, 남구 16곳 중 2곳, 북구 28곳 중 16곳, 광산구 21곳 중 6곳 등이다.

각 구청은 주민 편의를 위해 은행과 병원, 구청사, 관공서 등 인파 밀집구역에 무인민원발급기를 설치해 왔다.

지자체는 민원 중단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급기 확충을 검토하고 있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광주시에 설치비용의 50%를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바쁜 시간을 쪼개 행정센터를 방문한 주민들이 해당 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1대의 무인기가 설치돼도 민원이 많은 동의 경우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며 “노조 측에서는 오는 3월 1일부터 중식시간 휴무제 시행을 요구하지만, 지자체별로 준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행은 늦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휴무제를 시범 도입했던 화성시는 잦은 주민 민원에 해당 제도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광주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대부분의 민원은 온라인에서도 접수를 받기 때문에 무인민원발급기 설치가 우선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민원 편의를 명목으로 휴식시간을 포기하게 하는 등 공무원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집행부와 노조가 서로를 이해·양보해 지지부진한 휴무제 도입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