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 수시가 마무리되고 정시도 합격자 발표만을 앞두고 있다. 지방대학의 수시와 정시 경쟁률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처참하다. 호남의 지방거점국립대학 중의 하나인 전남대학교마저 최근 10년 내 최저 정시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한 탓도 있겠지만 중위권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지난 40여년 간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 하에 수도권 중심의 압축성장을 해왔다.

기업, 정부기관, 문화·의료·교육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전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은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이 거주하는 초밀집 지역이 됐다.

심각한 과밀현상으로 주택 부족, 공해, 교통혼잡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함에도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은 계속되고 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일자리, 문화·교육 인프라 수준에 있어서 지방은 수도권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방 일부 지역은 상점, 시장, 학교, 약국, 병원 등 기초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생활사막(Life Desert) 현상이 가속화되며, 지역이 소멸될 위기에 놓여 있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과 수도권 집중 완화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지역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그로 인한 폐해는 심화되고 있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지역균형발전정책이 꾸준히 실행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수도권 집중 문제의 근원을 손대지 않은 이유가 크다.

중앙집권체제는 그 특성상 수도권에 정치, 경제, 사회문화 권력을 집중시킬 수 밖에 없다. 건국 이래 우리나라가 취해온 통치방식인 중앙집권이 오늘의 지역간 격차의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정부 중심의 행정과 국회 중심의 입법으로 전 국토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은 다양화되고 격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 결코 어울리는 방법이 아니다.

1년이 지나도록 인류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 또한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은 날씨나 계절적 요인보다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가깝게 접촉하는 등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 상황에서 전파된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중 수도권 확진자는 4만2000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61%를 차지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신종 바이러스는 출현할 것이며 수도권에 인구집중 문제는 이런 감염병 대응에 취약한 구조이다.

앞으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국가, 사회, 지방자치의 신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은 빛났다.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배달’, ‘착한 임대료 운동’, ‘병상나눔’, ‘드라이브 스루’ 등 놀라운 아이디어가 지방에서 나왔다. 주민과 지역에 맞는 행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고밀도 사회에서 저밀도 사회로의 전환, 모든 영역에서 비대면 정착, 지속 가능한 친환경 발전 전략 등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비대면 산업 발전은 문화·의료·교육 등 생활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쾌적하고 안정된 주거 생활을 위해 지방으로의 인구유입의 증가 가능성도 있다.

즉 진정한 지방자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도권의 집중화로 지역 불균형을 초래한 중앙집권체제에서 진정한 지방분권체제로의 전환시점인 것이다.

지방정부는 지역주민의 욕구와 지역의 자원에 관한 정보를 가장 현장에서 잘 파악할 수 있고, 이들을 역동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도 지방정부의 역량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도 지방행정은 여전히 중앙정부와 일선기관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모든 권한은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고 지방정부의 자율적 권한은 각종 수단을 통해 통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거의 모든 걸 중앙정부가 관장하고 지방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이전 구조에서 대응 체제는 바뀌어야 한다.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재정립을 통해 중앙 정부 의존도를 낮추고 재정자립이 될 수 있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지방의 자율성 확대와 재정분권은 지방분권 실현의 선결과제이며 추진체계의 핵심이다. 지방세입의 확충 및 중앙 지방간 재정관계의 재정립이란 큰 틀의 접근으로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시키거나, 지역특성에 맞는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새로운 환경과 자치시대를 맞아 지방정부가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이 보완이 요구된다.

수도권 집중 투자는 지역간의 재정력 격차를 더욱 크게 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균형과 통일성을 추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방자치의 생존가능성을 계속 압박해 왔었다.

지방만의 다양성을 토대로 지방분권원칙에 따라 중앙과 지방정부의 간 행정·재정관계를 새롭게 디자인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