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장기 경제 불안은 미·중 무역분쟁, 자국 중심의 공급망 확충 등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변화로 나타나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산업에 위기감을 더욱 높였다.

로펌 베이커 맥켄지(Baker McKenzie)의 애넷 페터드(Anne Petterd) 변호사는 “향후 글로벌 가치사슬(GVC) 전략은 디지털화가 최대 화두로 부상 중이다”고 밝혔는데, 이는 코로나로 인한 비(非)대면·비접촉 방식인 언택트(un-tact) 산업의 급부상과 상당히 일치한다.

미국, 중국 등 세계주요국들도 산업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지형도 디지털화로 탈바꿈하는 추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 방향’에도 제조업 전반에 디지털·네트워크·인공지능(D.N.A)을 적용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포함돼 있어 제품개발이나 테스트 과정에 가상설계와 데모공정, 자동화가 대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화학·철강·조선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전남도 또한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맞춰 산업단지를 디지털 첨단산업 전진기지로 만들고, 저탄소 친환경 공간으로 전환해 청년들이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전남의 대표 노후산단인 광양만권산단은 지난해 정부에서 공모한 산단대개조 지역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저탄소 지능형 소재부품 산단’으로 대개조를 시작한다.

거점인 여수국가산단은 대개조 지역 중에서도 정부 스마트그린산단으로 별도 지정돼 ‘화학산업 중심의 자원순환·신산업 창출산단’으로 산업단지 혁신을 선도하게 된다. 이를 위해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258억 원), 디지털 환경·안전 통합관리센터(130억 원), 지능형 공용 파이프랙 구축(1000억 원) 및 안전성확보사업(110억 원) 등을 추진해 산단의 환경과 제조, 인프라를 스마트화한다.

철강산업 단지인 광양국가산단은 재생계획을 수립하고 창업지원 주택을 건립할 계획이고, 율촌1산단은 급성장 중인 이차전지 등 고부가 정밀화학 및 금속 소재부품 산업 집적지로 전환을 추진한다.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이 있는 율촌1산단은 리튬이차전지 재활용 기술개발과 실증센터(220억 원), 중소기업 기술개발 및 사업화 지원(100억 원) 등 대중소기업의 상생과 일자리 창출을 집중 지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

서남권 대표 산단인 대불국가산단은 조선산업의 장기 침체로 고용·산업 위기대응지역과 청년 친화형 산단으로 정부 지정을 받아 다양한 사업을 발굴·지원하고 있다. 금융·재정지원은 물론 재직자 교육과 퇴직자 고용안전 지원, 중소형선박 공동 건조기반 구축,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사업, 복합문화센터 건립 등을 통해 젊은 인재가 모이는 활력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또 전남의 미래 전략산업인 신재생에너지, e-모빌리티, 드론, 바이오 기업의 창업활성화를 위해 지식산업센터도 건립하는 등 산업단지에 꼭 필요한 혁신 인프라 확충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전남 105개 산단 중 40%가 넘는 산단이 20년이 넘은 노후산단이다.

기업들이 대규모 첨단설비 투자를 하려 해도 안전·환경문제와 공업용수, 폐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이 부족해 투자가 지연됐다. 대기업의 화학, 철강 소재는 다양한 부품과 완제품으로 연결이 원활치 않아 성장에 한계점을 드러냈다. 장치산업 관제시스템과 스마트 공장 보급에 필요한 ICT, AI, 센서 등 지능형 산업은 전문인력 부족으로 고도화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전남도가 구상한 산단대개조 등 새로운 산업단지 지도를 빠르게 완성해 제조업의 재도약은 물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게 첨단산업으로 전환하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에서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슈밥 회장이 말한 빠름은 일의 속도가 아니다. 방향성을 정해 바꾸는 속도를 의미한다. 세기의 흐름에 선제적 대처를 통해 전남 산업단지가 굴뚝과 3D(dirty, difficult, dangerous)의 부정적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스마트하고 깨끗한 신산업 창출로 청년이 꿈을 안고 일하며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