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새해를 맞아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국내 굴지의 은행이 지난달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했는가 하면, 어느 조직보다 위계질서가 뚜렷한 프로야구팀에서도 팀 내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최근 사령탑과 코칭스태프를 전원 교체하고 베테랑 선수를 대거 정리했다고 한다.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왜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관심을 갖는 걸까? 이는 단순히 세계적 트렌드를 따라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이나 한국의 카카오, 토스 등 성공한 핀테크기업의 조직문화를 모방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더 높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위한 것일 수 있고, 조직 내 기존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산업화 이후 정보화 사회를 거쳐 4차 산업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단계에서 과거의 경직된 수직적 조직문화만으로는 더 이상 조직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의 가장 큰 강점은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행복감을 높이는 데 있다.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의 성과는 단순히 리더의 지시에 따른 민첩한 움직임보다 다양한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 즉 혁신이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에서 나오기 쉽다. 아울러 구성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기여함으로써 일에 대한 책임과 성과를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만족감과 개인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비대면 사회에서는 구성원의 말투나 표정, 반응 등의 데이터가 전과 같이 충분히 오고 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구성원에 대한 이해와 섬세한 배려를 위한 조직문화가 더욱더 필요하다. 수평적 조직문화 장착에 늑장을 부리면 안 되는 이유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조달청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조달청 조직문화혁신위원회’가 발족됐다. 여기에는 노무사, 고충상담 전문가, 청렴옴부즈만 등의 외부 위원과 직급·직렬별, 성별, 연령 등을 감안한 내부 직원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새롭게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조직 구성원 간 수평적·개방적 관계 형성, 일하는 방식과 소통방식 개선 등을 위한 방안들이 마련되게 될 것이다. 아직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몇 차례 토론을 거치고 있는 단계지만, 올해 조달청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수평적 관계에 기반한 건강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에 앞으로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난관에 부딪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조직의 철학과 가치가 오랜 기간 반영된 조직문화라는 것이 리더의 의지와 몇 가지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서 단시일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상하 관계에 있는 모든 구성원이 공감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라떼는 말이야’와 같은 기존 사고방식이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상층부 구성원의 이해와 적극적 동참이 무엇보다 전제되어야 하는데 원만하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여러 어려움과 제약들 때문에 더 이상 망설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이제 수평적인 조직문화의 도입은 조직의 성장을 위한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위의 문제인 시대가 왔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구성원들의 일과 삶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고, 조직이 성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따라서 조직과 구성원 모두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최적의 판단을 내릴 리더의 역할과 책임을 여전히 존중하는 모습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