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전에는 대단한 사람이 대단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오랫동안 꾸준한 사람이 너무너무 대단해 보이는 거예요. 씨름꾼이 연예계로 들어와 부침도 있고 힘든 시간도 있었을텐데 꾸준히 자기 자신의 힘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강호동을 보면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영석 피디는 최근 영향을 받고 있는 대중연예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유재석에게 받았다. 천하장사 타이틀로 93년 데뷔 27년째 활동하고 있는 강호동이나 91년 데뷔해 30년째 사랑받고 있는 유재석에게도 향하고 있는 대답이었다.

‘오랫동안 꾸준하게’, ‘대단한 사람!’ 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이 뭉클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문장이 주는 힘을 믿고, 꾸준하게 하면 뭔가 되겠지 하던 시절로부터 어느덧 28년, 고비 고비를 건너왔으나 2020년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마저도 뒤로 나자빠지게 하고 문을 닫게 하는 극한의 처지였다.

‘대단해, 엄청 힘들텐데 고마워, 지키고 있어줘서!’ 어디 나뿐이랴. 주변에는 묵묵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고, 음표를 그리는 예술가들이 힘겨운 처지에도 여전히 작업 중이다.

이처럼 대단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결국 자본주의 흐름 앞에서는 매번 휘청이거나 스러질 지경은 피할 수 없는 고비다.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긴급 예술지원금을 신청하고 받은 모 작가를 비난하는 말 중에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해서라도 지원금 신청을 하지도 받지도 말았어야 한단다.

‘가난한 예술가?’ 훅 열이 뻗친다. 그동안 가난한 예술가를 위해 무엇을 했었지? 대형콘서트에 열을 내고, 무료티켓을 찾아 전화 돌리던 사람들이! 어쩌면, 예술가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시선이겠다 싶어 씁쓸했다. 대한민국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인가? 물질인가? 예술가의 가난은? 한 편의 시를 쓰기까지, 한 장의 그림을 그리기까지, 한 권의 소설을 쓰기까지, 한 편의 연극을 제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공들여지는지 아는가? 뚝딱뚝딱 만들어서 아니면 말고 라는 식의 작업 방식이 아닌 다듬고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하는 게 예술이다. 그러다보니 예술지원사업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빠르게는 11월부터 1,2월은 정부, 기업, 지자체가 운영하는 문화예술보조금 지원사업 신청기간이다. 내내 머리를 맞대고, 계획하고, 또 기획서를 작성한다. 지원금에 선정되는 것이 단체의 역량이 됐고 대표의 능력이어야 한다. ‘빡센’ 과정을 거쳐 지원금에 선정이 돼도 신청 예산의 대부분이 깎인다. 많게는 50%까지. 어차피 할 계획이었으니 깎인 예산은 네들 돈으로 해라는 식이다.

연극 등 공연예술 지원사업은 소수 인원의 나눠 먹기가 아니다. 모노드라마라 할지라도 최소 10여 명에서 수십 명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작업이다. 코로나19는 예술작업 방식과 예술의 소통 방식 등 기존의 기준을 흔들었다. 그 반면에 예술의 근본은 더 명확해졌다. 사회가 병들고 인간성이 상실될수록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 요구된다.

불특정 다수에서 특정 소수, 서울에서 지역으로,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변화됐다. 오랫동안 꾸준하게 해 온 대단한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탁상고민 따윈 던져버리고 대단한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고 투자할 것인가로 곧바로 직행해야 한다. 마치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