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란 것 알았어?”

우리 집 분리수거 담당자인 남편에게 물었다. 이 무슨 황당한 소리냐는 듯 물음표를 잔뜩 머금고 묻는다. 그렇담 종이팩의 정체는 무엇이냐고.

우유·두유·주스 등이 담긴 종이팩의 겉면을 면밀히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재활용 자원임을 뜻하는 ‘세모’ 안에는 분명 종이팩이라 쓰여 있다. 일반 박스 등에 새겨진 ‘종이’와는 또 다른 분류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한다. 종이팩의 재활용률이 20%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현실을 잘 말해준다.

얼마 전 만난 ‘카페라떼클럽’은 종이팩의 완전한 분리배출 모델을 실천하고 있는 장본인들이다. 기획자 김지현·이세형씨는 ‘카페라떼 한잔이 만드는 변화’를 슬로건으로, 지역 카페와 주민들과 함께 종이팩 자원의 올바른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19년 여름 실험적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 뜻에 동참해주는 카페 수만 1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이끌어내고 있다.

‘카페라떼클럽’의 방식은 이렇다. 각 카페에서 씻어 말려 놓은 종이팩은 주 1~2회 자원활동가들이 수거, 거점 마다 정해 놓은 ‘종이팩 정거장’에 모아둔다. 일정량의 종이팩이 모이면 행정복지센터에서 화장지로 교환해 마을에 필요한 곳곳에 기부하는 식이다. 자원의 모범적인 선순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우유팩 등을 깨끗이 씻고, 일일이 펴서 말려 두는 일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가 확장되고 있는 것은, 지구환경을 살리는 데 작게나마 힘을 보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이팩의 분리배출이 손쉬워야 함이다. 아무리 ‘카페라떼클럽’의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씻어 말려놓은 종이팩을 쉬이 분리수거 할 수 없다면 그 ‘품’들이 무용지물이 될 터다. ‘종이류’와는 별도로 ‘종이팩류’의 배출함이 곳곳에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일상의 작은 변화들이 지속될 때, 훗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오늘부터 ‘카페라떼클럽’이 그려놓은 선순환의 길에 동참해보기로 한다. 내가 ‘씻고, 펴서, 말린’ 그 종이팩이 가져올 변화들을 굳게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