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예술영화의 산실인 광주극장에서는 오는 13일까지 7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20년을 거슬러 다시 돌아온 홍콩영화 ‘화양연화’부터 언론의 민낯을 파헤친 ‘족벌 두 신문 이야기’, 2020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운디네’ 등 예술영화 마니아들의 목마름을 해소시켜 줄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4K로 리마스터링, 고화질로 찾아오는 ‘화양연화’가 눈길을 끈다. 화양연화는 사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은 서로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로맨스를 그린 홍콩영화다. ‘해피투게더’, ‘아비정전’, ‘중경삼림’ 등 독보적인 스타일을 자랑하는 왕가위 감독의 탐미적인 미장센과 감각적인 연출, 주연을 맡은 장만옥과 양조위의 절제된 감정연기는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을 섬세하고 매혹적으로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제53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포함, 97개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 및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웠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각각 일등신문, 민족정론지라고 자칭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100년 역사의 정체를 파헤치는 추적 다큐멘터리다. 스스로 권력이 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감추고자 한 검은 역사와 실체를 해부해, 100년이라는 세월 이들이 한국 사회에 끼친 해악을 기록하고 잘못된 언론은 사회적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낱낱이 보여준다. 영화는 총 3부로 구성돼 일제강점기에 조선, 동아가 자칭 ‘민족지’라는 허울 뒤에서 일제 앞잡이 노릇을 한 행적을 하나씩 추적한다. 이어 해방 이후 두 신문이 그들 앞에 새롭게 나타난 박정희·전두환 독재권력과 야합, 결탁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영향력을 확대해 온 과정을 들춰낸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어느 정도 확보된 언론자유의 공간에서 아이러니하게 두 신문이 스스로 권력집단이 돼 가는 과정을 다룬다. 또 저널리즘 대신 돈을 추구하면서 한국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이들의 현주소를 고발한다.

‘미스터 존스’

여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두 영화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미스터 존스’는 히틀러를 인터뷰한 최초의 외신기자 ‘가레스 존스’의 취재기다. ‘가레스 존스’는 목숨을 담보한 취재 끝에 스탈린의 만행을 폭로한다. 그는 스탈린의 막대한 자금력에 의심을 품고 취재를 하던 중 우크라이나에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알고 그곳으로 향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마주한 진실은 스탈린의 정책이 불러 온, 굶주림으로 마을에 내려앉은 죽음이었다. ‘가레스 존스’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누구도 들춰내지 않으려 했던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시대상을 반영한 날카로운 작품들을 발표하며 무려 세 편의 작품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린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어 ‘걸’은 트랜스젠더 발레리나인 ‘노라 몽세쿠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는 16살 ‘라라’의 위태롭고 아름다운 청춘을 드라마로 풀어낸다. 데뷔작으로 단번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루카스 돈트 감독의 섬세하고 깊은 시선, 첫 연기 데뷔작만으로도 압도적인 연기를 펼쳐 극찬을 끌어낸 ‘라라’역의 빅터 폴스터의 완벽한 퍼포먼스가 더해져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지난 제71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돼 4관왕을 차지하며 화제가 됐다.

영화 ‘운디네’는 안데르센의 동화 명작 ‘인어공주’의 뿌리가 된 ‘운디네’ 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운명이라 여겼던 남자에게 실연당한 여인 ‘운디네’ 앞에 다른 남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사랑과 운명에 관한 드라마다. ‘피닉스’와 ‘트랜짓’을 연출한 베를린의 거장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신작이다. 주인공 ‘운디네’ 역의 파울라 베어는 섬세한 감정연기로 순수하면서도 성숙하고, 신화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운디네를 잘 표현했다는 찬사와 함께 2020년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두 편의 사랑 영화도 나란히 광주극장 스크린을 장식한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과 ‘썸머85’가 그것.

세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300만 뷰를 돌파한 프랑스의 국민 작가 안나 가발다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티격태격 하던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를 생생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낸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다.

‘썸머85’

‘썸머85’는 1985년 여름, 알렉스와 다비드의 뜨거웠던 청춘의 사랑을 그렸다. ‘신의 은총으로’를 통해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저력을 보여준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작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에이단 체임버스의 소설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를 원작으로 프랑수아 오종만이 가능한 극적인 연출을 통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한편 광주극장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좌석 최소 2m 띄어 앉기, ‘QR체크인’ 등을 실시하고 있다. 상영작·시간표와 관련,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62-224-5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