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얼마 전 ‘삶의 치유로서 인문학프로그램’을 기획한 철학교수님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내용인즉, 시민과 함께 하는 인문학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인생경영을 주제로 강의 한 꼭지 맡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평생을 경영학자로 살아 온 사람이 어떻게 감히 인생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이름을 대면 알만한 저명 인문학자들로 구성된 강사진을 보고 나니 더더욱 손사래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그 교수님은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경영자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들먹이며 강권하셨다.

평소에 소크라테스를 흠모했던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식사 한번 하기를 간절히 바랐고, 성사된다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전 재산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초우량기업을 일군 경영자가 그렇게 간절히 철학자를 만나고 싶어 했다니 필자도 사양하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해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성공적인 기업인들은 나름대로 확고한 경영철학이나 경영이념을 갖고 있지 않던가. 그래서 인생의 경영을 잘해 내면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락하고 강의안을 만들어 보았다. 경영학적 접근을 통하여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정리해서 이야기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을 디지로그 시대라고 정의해보자. 디지털혁명으로 편리함과 신속함을 누리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우리 인간의 감성이 날로 소홀히 되어 가고 있다.

일찍이 이어령 교수는 이 대목을 해결하고자 설득력 있는 디지로그를 주장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은 바 있다.

필자 또한 이교수님의 허락을 얻고 ‘디지로그시대의 인적자원관리’ 라는 대학교재를 출간한 바 있으며, 이 책으로 학생들에게 디지로그의 중요성을 현재까지 강조하여 오고 있다.

이번 인문학프로그램에서 이야기했던 인생경영 또한 디지로그시대를 살아가는 해법을 중심으로 실천에 옮길 것들이 있다.

먼저 만나는 사람마다 꼬박꼬박 소중한 이름을 불러 주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첫 단추는 바로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고 대화할 때마다 호명해 주는 일이라 하겠다. 글을 보낼 때도 손으로 직접 이름을 써서 보내 보자. 잔잔한 감동도 따라오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SQ (Social Intelligence Quotient), 즉 사회지능을 키우는 일이다. 이 지능은 나와 너의 관계에서 감정과 의도를 잘 읽고 더불어 잘살아가는 역량을 말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무관심하게 지나쳐 버리다 보니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힘 들어 하는지, 어디가 가려운지, 어느 부위가 아픈지를 간과하기 마련이다. SQ는 바로 이러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파악하여 해결해 주는 세심한 배려라고 하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언제까지나 속해 있는 집단이나 조직이 존경받기를 원한다.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몸을 담고 있는 일터.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단체에 이르기까지 사랑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의 종합경제지 포춘(Fortune)이 말하는 다음 세 가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선 재미(fun)가 있어야 한다.

매사에 일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하면 활력있는 멋진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긍심(pride)을 갖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임하면 삶 자체에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신뢰(trust)가 꼭 필요하다.

재미를 느끼고 자긍심을 갖고 인생을 살다 보면 서로 간에 굳건한 믿음, 신뢰가 쌓이게 되리라고 본다.

멋진 인생경영의 바람직한 해법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가 아닌가 싶다.

재미를 느끼며 자긍심을 갖고 서로가 신뢰하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할 근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