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1.

경자년 세밑이 우울하다.

올 한해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 19’는 여전히 그 위력을 떨치고 있다.

‘K방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각광받았던 우리나라의 방역도 그 위세에 눌러 이제 빛이 바래고 있다.

하룻밤새 확진자 1000여명이 다반사로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잇단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도 효과는 미미하다.

확진자가 좀처럼 줄지 않아 또 거리두기 단계를 더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주택문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코로나 백신확보 문제도 본질보다는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의 논리에 파묻혀 연일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다.

올 한해 코로나 19로 힘들어진 서민들의 삶에 대한 대책은 뒷 전인 채 ‘편가르기’전쟁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광주·전남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방대해진 수도권에 맞서 부산, 울산, 경남이 부울경 동남권 메가시티를 마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시·도는 ‘불협화음’만 노출하고 있다.

양지역의 민감한 현안인 ‘광주공항이전’문제를 둘러싼 이전투구만 벌어지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도 통합 제안은 물 건너가고 지역 이기주의만 득세하고 있다.



#2.

잇단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증상 감염, 집단 소규모 감염 등을 그 요인으로 들고 있다.

특히 장기화된 코로나 19의 위험에 대한 국민들의 불감증도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대규모 모임과 행사는 줄었지만 일부 젊은 층 중심의 소규모 모임은 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진자 발생이 덜한 제주도나 강원도의 팬션은 빈방이 없을 정도로 예약이 꽉 차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남지역 팬션들도 높은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3.

광주시와 자치구들은 연말연시 코로나 19 확산 예방과 방역망 구축을 위해 ‘잠시멈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3~6일까지 거리두기 2단계 격상과 함께 ‘광주 100시간 멈춤’을 실시했고 자치구들은 많은 인원이 집합하는 종무식과 시무식을 안하기로 했다고 한다.

다른 지역 지자체와 민간단체들도 연말연시 ‘잠시 멈춤’캠페인을 벌일 정도로 코로나 19상황이 심각하다.

중국의 저명 철학자이자 에세이스트 저우궈 핑은 생활속 고민을 철학으로 풀은 ‘잠시 멈춤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두려워 해야 하는 것은 위기가 아니라 무감각이다”이라고 했다.

그는 “시대가 병들면 우리는 위기와 무감각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잠시 멈춤’은 코로나 19 불감증이 만연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연말 연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있는 행동이다. 아니 더 나아가 편가르기 대상이 되고 있는 모든 현안에 대한 논란을 ‘잠시 정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승려이자 전 대학교수인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수필집의 한 대목을 인용해 본다.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와 음표사이의 거리감, 쉼표때문입니다. 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말과 말사이에 적당한 쉼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쉼없이 달려온 건 아닌지, 내가 쉼없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때때로 돌와봐야 합니다.”

연말 연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잠시 멈춰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