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모 방송국의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 속의 자연인은 한국 남성들의 로망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의 가장 선호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1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있는 것은 도시 메커니즘, 또는 문명사회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이 자연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제목이나 내용에서 보듯 산중이나 섬이라는 장소가 도시문명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자연이라는 공간이다.

도시 메커니즘은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유지돼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자본을 향한 욕망과 그것을 추구하는 질서가 있다. 사람을 하나의 도구, 또는 기계 속 하나의 부품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사분란하게 자본문명이 지속되려면 인간은 기계의 부품처럼 제자리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이러한 조직사회에서 ‘나’다움을 갖지 못하는데서 오는 불만은 스트레스로 나타난다.

어렵게 대기업에 들어갔다가 1~2년 사이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나’라는 존재성을 찾기 어려운 젊은이들이 퇴사하는 숫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한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하루 종일 일을 하고 퇴근하는 반복되는 삶의 패턴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나’다움을 찾기 위해 자연을 찾아간다.

뿐만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도시에서 인간에게 상처를 입고 아픈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찾아가는 곳도 자연이며, 병든 마음과 육신의 안식처로 선택하는 곳도 자연이다.

본래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 또한 자연의 구성원이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문명사회로 전환하면서 도시가 생겨나거나 팽창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을 물질적 가치로 인식해 결과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는데 그 폐해는 지구의 몰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탐욕은 지구를 감싸고 있는 오존층에 구멍을 내고 북극의 만년설을 녹여 태평양의 섬나라들이 물에 잠기고 있다 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출몰해 핵보다 더 위력이 강한 살상력으로 지구촌의 어느 한 나라도 빠짐없이 공격해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자연은 탐욕스러움을 버리고 자연의 품에 안기는 인간들을 따스하게 품어준다. 이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심신이 지치고 죽음의 절벽에 섰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자연은 어머니 품 같은 것이어서 마치 돌아온 탕자를 반겨주는 아버지의 품처럼 따스하다.

생각해보면 도시에서 사는 일은 편리하다. 자동차가 있고, 마트에 가면 필요한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러나 자연에서의 삶은 참으로 불편하다. 깊은 산중에서 오르락내리락할 때 오직 제 발로 걸어 다녀야 한다. 집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냉장고는 물론 텔레비전도 없어 심심하다. 어디 그뿐인가. 연료를 구하기 위해 산중을 헤매야하고 밥을 해먹기 위해 장작을 패야하고 수도꼭지에서 따뜻한 물이 쏟아지는 문명세계와는 거리가 먼 말 그대로 자연인의 삶을 살아가야한다.

나는 올 한 해 참으로 지긋지긋한 삶을 살아냈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는데 익숙해졌지만 올해만큼은 상처가 깊어 많은 것을 잃었다. 가슴이 터질듯해 처음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프고 사람에 대한 환멸을 버리지 못한다. 이 때 나를 위로해주고 희망을 준 것은 앞에서 말한 모 방송국의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프로그램이다. 늘 마음이 불안하고 우울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의미를 갖지 못할 때 이 프로그램은 나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줬다. 그래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모든 회차를 시청했다. 내가 그 프로그램 속의 주인공들에게서 위로를 받은 것은 ‘저런 사람들도 살아가고 있는데, 그래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데, 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연인들은 하나같이 원시적인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 산에 올라가 약초를 캐고 버섯을 따고 산나물을 채취해 먹거리를 마련한다. 손수 지은 집은 비록 도시의 집처럼 잘 지어진 것이 아니지만 직접 흙을 짓이겨 쌓아올린 오직 자연으로 지은 집이기에 건강한 집이다. 집 주변에 밭뙈기를 일구어 배추, 무, 상치, 시금치 등을 직접 길러 절반은 산짐승들이 먹고 나머지만 먹는 삶은 실제로 버거울 것이다. 그런데 자연인들은 육체적으로는 힘들어도 마음이 편해 행복하다고 말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문명세계에서 살면서 지은 잘못을 진심으로 참회하며 비로소 인간답게 살아가며 진정한 자유를 찾았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루소의 말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에 동의하는 것은 인간 역시 자연의 한 구성원이므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자연인이다’를 시청하면서 한 가지 우려가 생겼다. 한결같이 산에서 약초를 캐고 버섯을 따고 감이나 머루, 다래를 따는 모습이 방영되곤 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을 자연인으로 만드는데 일조해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많아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인간을 겸손하게 하고 자연의 한 구성원이 되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인간들도 이에 부응해 자연을 아끼고 보전하는데 노력을 해야함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