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두로 활용돼온 광양컨테이너부두 3-2단계 부두(4선석)는 오는 2026년까지 무인자동화 테스트 베드가 구축, 2030년까지 부산, 인천항에 단계적으로 자동화 도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이 등장하면서 세계 주요항만들이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 스마트항만(Smart Port) 건설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진항만으로 평가받고 있는 네델란드 로테르담항은 1993년부터 무인자동화부두(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어 미국, 중국도 무인자동화부두를 도입해 사용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까지 광양항, 부산 제2신항(진해 신항), 인천항에 스마트항만의 결정체인 하역작업을 무인으로 하는 ‘한국형 무인 자동화부두’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최초로 무인자동화부두시설을 갖춘 중국 칭다오항.

△장비 노후화 등 하역 생산성 낮아

광양컨테이너항이 화물난 못지않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하역 생산성 저하다. 1998년 개장된 광양항 컨테이너부두는 선석당 갠트리크레인(하역기)이 평균 2.5기가 설치돼 시간당 27개(20피트)정도를 처리하고 있으나 부산항은 선석당 3.67기가 설치돼 31개를 처리하고 있다.

광양항의 경우 24열 크레인은 단 2기, 나머지는 22열인 반면 부산항은 24열 크레인만 22기를 갖추고 있어 초대형 선박의 하역이 광양항보다 훨씬 용이하다.

또 야드에서 컨테이너를 하역하거나 운반하는 트렌스퍼크레인도 광양항은 56기로 선석당 4.7기에 불과하지만 부산 신항은 232기로 선석당 11.1기나 된다. 부산항이 2.4배나 생산성이 높다.

광양항의 장비는 대부분 22년 전 개장 때 확보한 장비로 노후화돼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야드에서 이뤄지는 이송작업 등은 모두 사람이 운전해 처리하고 있으나 부산항이나 인천항은 자동화 또는 반자동화도 이뤄지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항만의 생산성 저하는 비용 및 시간 등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선사들의 항만 이탈요인이 돼 조속히 개선돼 나가야 할 과제다.

세계 최대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는 중국 상하이 양산항의 무인자동화부두.

△생산성 향상 등 항만운영 효율성 극대화 절실

항만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무엇보다 스마트항만 구축이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선박의 초대형화에 따른 기항지 감소와 항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안전한 작업, 친환경항만 등을 위해서도 스마트항만 구축은 이제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스마트항만은 항만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활용한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항만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l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Big Date(빅데이터), ICT(정보통신) 등 첨단기술을 적용, 항만작업을 디지털화해 항만 작업정보를 전산화 할 수 있다.

또 항만 장비와 기기 및 항만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연결하고 친환경적인 항만운영으로 지역사회와의 공생가치를 증가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인천항은 야드분야에는 자동화가 구축돼 있고 하역분야에만 구축이 안돼 있으며, 광양항은 하역과 야드 모든 분야에 자동화가 안돼 낙후된 부두로 생산성 제고가 절실하다.

장비 노후화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진채 운영되고 있는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무인자동화는 선택 아닌 필수

지난 1993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시작된 무인자동화부두는 현재 전 세계 주요항만으로 확산 돼 나가고 있다. 미국 롱비치항을 비롯해 독일 함브르크항도 완전자동화터미널을 구축했다.

아시아 최초로 중국 칭다오항이 2017년 5월 완전자동화터미널을 완성했고, 이어 샤먼항, 상하이항(양산항)도 무인자동화터미널을 만들었다. 특히 1년 중 30여 일이나 안개 때문에 기항에 어려움을 겪어오던 칭다오항은 안개 속에서도 선박 운항, 스마트항만 보조, 선박 접안 등을 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상하이항(양산항)무인자동화타미널은 안벽길이가 2350m로 연간 400만TEU를 처리하는 세계 최대 규모다. 앞으로 630만TEU까지 무인 자동화로 처리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환적항인 싱가포르항도 그동안 스마트항만을 구가하며 ‘포트 4.0전략’을 통해 항만 자동화를 위한 최신식 설비로 운영해오고 있다. 싱가포르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차세대항만인 TUAS에 올해부터 오는 2040년까지 65개 선석을 건설해 완전무인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세계의 항만들이 앞다퉈 무인자동화터미널을 만드는 것은 기존 터미널에 비해 효율이 30% 이상 좋아지고 인력은 70%나 감축되기 때문이다. 완전무인자동화터미널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2030 항만정책 방향·추진전략 발표

세계 주요항만이 무인자동화터미널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2030년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가 최근 전국 항만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개발계획을 담은 ‘2030 항만정책 방향과 추진전략’에서 2030년까지 부산항 제2신항(진해신항)과 광양항, 인천항에 무인자동화터미널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우선 5940억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광양항에 항만자동화 테스트베드를 만들어 국산화 기술을 개발하고 운영경험을 쌓아 부산항과 인천항에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광양항은 컨테이너부두 3-2단계(4선석)에 들어설 자동화 테스트베드 구축을 마냥 반길 수만 없는 실정이다. 부산·인천항에 비해 일찍 구축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테스트가 완료되려면 자동화 설비가 설치되고도 1~2년은 더 소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광양항의 물동량 처리능력은 현 수준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항만공사는 이달에 부두운영사 경쟁력 제고를 위해 SMGT(SM상선광양터미널)와 GWCT(광양서부컨테이너터미널)를 통합시켰는데 총 12선석의 광양항 부두 중 SMGT가 사용해온 4선석 부두가 자동차부두로 활용하게 돼 사실상 컨테이너부두가 8선석으로 축소되면서 광양항의 컨테이너 적정 처리능력은 316만TEU에서 260만TEU로 줄었다. 무인자동화터미널이 완성까지 광양항 처리능력은 정체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무인자동화터미널 테스트베드 시기를 앞당겨 주던지, 아니면 3-2단계 부두 아닌 다른 부두에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양항 발전 로드맵 수립 절실

광양항은 세계 11위 항만(총 물동량 기준)이자 우리나라 2위 항만이다. 지난해 처리한 총 물동량은 3억1103만t(컨테이너화물 포함)이다.

2015년 비컨테이너(일반)화물은 2억3678만t, 2016년 2억4900만t, 2017년 2억5676만t, 2018년 2억5774만t, 2019년 2억6306만t 등 매년 증가세를 보여오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은 2015년 233만TEU, 2016년 225만TEU, 2017년 233만TEU, 2018년 240만TEU, 2019년 238만TEU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며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220만TEU까지 감소할 전망이어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개장 22년이 지난 현재 물동량이 늘지 않고 되레 감소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컨테이너항 발전을 위한 범 지역적인 로드맵이 없기 때문이다. 부두를 개발하고 산단을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 시키면서 광양항을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발전전략이 없다. 이러다 보니 문제가 제기되면 ‘땜 방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성과도 내지 못하고 ‘불 꺼져가는 항구’로 전락해 가고 있다. 항만공사를 비롯해 항만해운업계와 대학교수, 연구원, 업계 종사자 등으로 전문가 집단을 구성, 100년 대계를 위한 발전전략을 수립해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바뀌고 자치단체장이 바뀌어도 일관성, 지속성 있게 추진해 나가는 광양항 발전 로드맵 수립과 추진이 절실하다.

네델란드 로테르담항 무인자동화부두.

△실질적인 광양항발전전문가협의회 구성 시급

광양항이 화물난으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의 우려의 목소리가 없다. 여수석유화학단지, 광양제철산단단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이 항만 때문에 입주나 지정이 됐는데도 지역사회는 항만에 대한 관심이 없다. 미래 광양만권의 발전도 항만을 활용한 산업이 입주할 수밖에 없는데도 지역사회의 무관심은 무지에 가까울 정도다.

부산항은 2030년 3000만TEU(올해 2177만TEU 예상)를 처리, 세계 3위 항만(현재 6위)으로 도약하기 위해 부산제2 신항(진해 신항, 21선석)건설을 관철 시켜 나가고 있고, 인천항은 2030년 500만TEU(올해 230만TEU 예상)를 처리해 환황해권 거점항으로 발전시켜 수도권을 넘어 중부권 화물까지 처리한다는 계획으로 지역사회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광양항은 피더항만으로 전락 우려에도 지역사회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부산항은 부산을 비롯해 전국의 해양수산 및 항만 관련 기관, 업계, 학계, NGO 등으로 해양거버넌스 구축과 정책운동을 하기 위해 21년 전부터 ‘부산항발전협의회(188개 단체 가입)’를 설립, 운영해오고 있다. 해양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해양 아젠다와 이슈를 확산시켜 항만발전을 도모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다 지속성장과 경쟁력 강화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018년 정부와 지자체, 해양 및 해운항만물류 관련 공공기관, 연구원, 단체 등 전문가 39명으로 ‘부산항발전전문가협의회’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진해신항(부산 2 신항)건설을 앞두고 경남도도 산·학·관·연 관계자 등으로 ‘경남도 항만발전협의회’를 창립했다.

인천항도 2004년 ‘(사)인천항만발전협의회’를 설립하고 항만의 지속발전 방안, 이슈 공유 및 현안사업 공동 모색 등의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인천항 배후부지 자유무역지정,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안산-인천), 인천도시철도 1호선 연장 등을 위한 정책간담회도 개최하는 등 인천항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광양항은 아직도 완전한 협의체가 구성,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전남도 주관으로 13명이 참여한 가운데 ‘여수광양항 발전협의회(위원장 정무부지사)’를 구성했으나 이후 한 번도 개최되지 않고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에 항만공사는 관계 기관 및 전문가 등으로 소사이어티(Society)를 구성, 발전방안 등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홍균 순천대교수(물류학과)는 “지금 중국은 칭다오, 샤먼, 상하이 양산항 등에서 스마트항만을 모두 구축했는데 아직 우리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이제는 효율성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대안이 없으며 자금을 조기 투자해서라도 광양항을 스마트항만(무인자동화터미널)으로 만들어 나가야 활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