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서울에 시세 합산 35억원 상당의 아파트 4채를 소유한 A씨(51)는 최근 아파트 한채를 대학생인 큰 딸에게 증여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주택 보유 세부담이 현실화되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서울 소재의 아파트는 임대사업 등록이 돼 종부세 합산배제 대상이지만 A씨가 나머지 아파트를 그대로 보유할 경우 내년에 내야 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2000만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해가 지날수록 세금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그는 “어차피 집을 계속 보유하면서 세금 폭탄을 맞기보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B씨(47) 상황도 마찬가지다. B씨는 아파트 한곳을 당장 팔 경우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양도세)보다는 배우자 증여가 부담이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

B씨가 개인 명의로 주택을 모두 소유했을 땐 종부세 공제금액이 9억원이지만 아내와 ‘1+1’ 형태로 나눌 경우 부부 합산 최대 12억원이 공제되기 때문이다.

B씨는 “당장 아파트를 정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부증여만으로도 세금을 수백만원 아낄 수 있어 매각 대신 증여를 택했다”고 털어놨다.

광주지역 다주택자들 사이에 가족 간 증여가 늘어나고 있다. 다주택자 세금 중과 등 규제 강화로 당장 아파트를 처분하기보다 증여를 통해 세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기대와 달리 주택시장에서 매물이 늘지 않고, 집값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광주지역 주택·아파트 증여 건수는 5248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514건)보다 734건 증가한 것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연도별 증여 추이를 보면 2017년(4125건), 2018년(4841건), 2019년(5564건) 등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종부세 부담이 강화된 올해 광주 주택·아파트 증여는 남은 2개월을 포함하면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0월까지 증여 가운데 아파트는 2208건으로 처음으로 2000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기간 1993건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자치구별로 아파트 증여거래가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북구(812건)로 나타났다. 이어 서구(380건), 동구(366건), 광산구(363건), 남구(287건) 순이었다.

북구의 증여거래량은 지난해 전체 건수(517건)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기간(406건)과 비교하면 1년 새 100% 뛰며 광주 전체 건수를 끌어올렸다.

주택의 경우에도 올해 10월 현재 3040건의 거래량을 기록, 지난 2018년 전체 건수(2867건)를 넘어서는 등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주택·아파트 증여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히 크고,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최고 양도세율은 현행 62%에서 내년 6월부터는 72%로 더 높아진다.

또 종부세의 구조적 문제도 영향을 받고 있다. 종부세는 인별과세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가족 간 주택 소유 분산을 통해서도 고율의 종부세는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종부세가 청구된 이달 말부터 증여가 더욱 늘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봉선동 등의 일부 아파트는 당장 처분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높아 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며 “올해 대다수 주택의 종부세가 사상 최대인 데다, 내년에는 종부세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 확실시되면서 다주택자들의 증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