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편은 허난설헌 및 황진이와 함께 조선 시대 대표적 여성 시인으로 꼽히는 이옥봉의 삶을 조망하고 있다. 이들 조선 시대 대표적 여성 시인은 한결같이 주옥같은 시와 명문장을 남겼지만 그들 내밀한 사적 생애의 자취는 여전히 가려져 있다.
이중 이옥봉은 가장 불행하고 비극적인 생을 살다 간 여성으로 평가받는다. 가혹한 가부장제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그녀의 천부적 재능은 저주받은 축복이자 형벌이었던 셈이다.
서녀로 태어나 스스로 또한 소실의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옥봉은 결국 자신이 쓴 한 편의 시로 인해 사랑하는 남편에게서조차 버림받은 채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서사를 이루고 있다.
반상(班常·양반과 상놈) 및 남녀의 구분이 엄혹한 조선 시대. 선조 때 옥천 군수를 역임했던 이봉의 서녀로 태어난 옥봉은 어려서부터 시 짓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스스로 이름을 옥봉(玉峰)이라 짓고, 소실의 삶을 살아야 한다면 학식과 인품이 뛰어난 남자 조원의 곁에 있겠다고 결심한 여인. 그는 중국과 일본에서까지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옥봉은 국내의 이런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로 인해 재능을 꽃피울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읽힌다.
인조 8년인 1630년, 조원의 아들 조희일은 명나라를 찾았다가, 거기서 명의 원로대신이 소장하고 있던 서모 이옥봉의 시집을 접하게 된다. 옥봉의 시는 조선보다 외려 대륙에서 더 크게 이름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옥봉은 조원의 소실로 들어가 사는 조건으로 ‘함부로 글을 쓰지 않겠다’고 약조해야만 했다. 파당의 시대에 행여 여성이 집안에 해가 되거나 누가 되는 글을 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웃을 차마 외면하지 못해 대신 소장을 써주게 되면서 옥봉은 임란 직전 남편으로부터 내쳐지게 된다. 그 후 종적이 묘연해져 어떻게 살다가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조차 알려진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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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장정희 |
작가는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옥봉이 나아가고자 했던 삶의 사투와 스스로 존재를 지우게 강요한 시대에 대한 연민은 물론이고 그의 진정성을 찾아 떠난다.
작가는 “허난설헌, 황진이와 함께 조선의 3대 여성 시인이라 할 만한 ‘이옥봉’의 천재적이고도 비극적인 생애를 그린 소설로, 사실 이 책은 제가 청소년소설을 쓰기도 전에 시작했으니 십수 년만에 나왔다”면서 “지인이 한국출판진흥원에 우수출판물콘텐츠 공모에 지원해보라는 조언을 받고 응모했다가 덜컥 선정이 됐다. 그래서 부랴부랴 마무리를 하느라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소설가 임철우 한신대 명예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일찍이 중국과 일본에서 먼저 그 놀라운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이옥봉. 수백 년 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그녀의 파란만장한 생애가 마침내 작가 장정희의 손끝에서 생생하고 감동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한다”고 밝혔다.
저자인 장정희씨는 현재 광주 대광여고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