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출생 김유미 시인이 첫 시집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처럼’을 파란시선 64번째 권으로 최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끊임없이 자기 갱신을 추구하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여기서 자기 갱신은 단순한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층위를 달리하고자 하는 능동적 행위를 내포하고 있다는 풀이다. 이는 세계와 주체의 간극을 인식해 새로운 ‘나’의 현재적 위치와 미래의 장소를 모색하는 수행으로 읽힌다.

시인은 갱신의 시적 수행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는지 알고 있는 듯하다. 서툴게 현재를 긍정하거나 과거를 해석해 자신을 기만하지 않거니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헛된 희망을 품지 않는다.

특히 시편 곳곳에서 드러나는 그의 시어들은 세련된 언어적 세공을 거친 것처럼 깊이가 만만치 않다. 그러다보니 ‘담담해 자극적’이기까지 하다는 설명이다.

‘내 속에 쌓아놓았던 말들이/넝쿨식물처럼/싱싱하고 집요하게’(‘곰팡이꽃’ 일부)라거나 ‘새벽을 흘리고 있는 사과가/밤의 구멍 난 봉지에서 붉어지고 있을 때’(‘2번 보관함’ 일부), ‘밤의 유리병 속에는 흩어진 꽃잎들/웅크린 요일들’(‘여진’ 일부), ‘밤을 지나면 서쪽이 동텄다/금 간 발자국들/빈칸을 앓는 골목’(‘자율신경실조증’ 일부)이라고 노래한다.

사례로 나열한 이 시들은 앞서 ‘담담해 자극적’이라는 규정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시편들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시적 의미와 이미지들은 너무 선명하다. 마치 감각이 살아 꿈틀대는 듯한 언어구조를 이룬다. 전체 시 속 일부 문장들에서 그의 시가 갖는 탄탄한 구조를 읽을 수 있다. 시어 구사 역시 설익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시집은 4부로 구성, 55편의 작품이 실렸다.

이덕규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김 시인이 통과해 온 많은 사건과 사물, 풍경 뒤로 전개되는 이미지는 파편화된 생의 아픔과 슬픔의 기억들을 이어 붙인 형형색색의 조각보 같다”면서 “그녀의 상상력이 견고한 문자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극한의 허공에 의미를 벗어던진 시어들이 반짝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