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시인’으로 알려진 박세영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바람이 흐른다’(문학들 刊)를 최근 펴냈다.

광주 현직 의사로 재직중인 박내과의원 원장인 박세영 시인의 이번 시집은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유한한 인간의 생명을 되돌아보는 한편,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아름다운 생명의 꽃을 피워가야 하는 삶의 자세를 노래하는 시편들이 담겨 있다.

시인은 ‘끝은 어디일까//바람은 불고 물은 흐른다/수채화를 그리는 지구의 숲속//숨 쉴 틈 없이/에너지를 생성하는 세포로 심장은/뛰고 걷는다”, “원소기호는 생명의 골격이 되어/무생물이 움직인다 활동한다’(‘바람이 흐른다’ 중에서)고 노래한다.

이 시에서는 ‘에너지’와 ‘세포’, ‘원소기호’ 등 의학 용어같은 독특한 시어들이 나온다. 이 시어들은 그가 여느 시인과는 다른 의식의 소유자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는 의사의 눈으로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시적 감성과 사유를 전개한다.

예컨대 표제작에서 시인은 ‘움직임의 끝은 어디일까/내가 가려고 하는/사유의/늪//바람이 흐른다’고 읊는다. 바람은 ‘움직임’ 곧 ‘모든 것이 살아 있’는 세계를 상징하며, 시인은 그 살아 있는 바람과 함께 새로운 사유의 지향점을 찾아 나선다.

박세영 박내과의원 원장

또 의사 시인답게 코로나19에 발목 잡힌 이 시대의 아픈 현실을 호출한다.

‘이른 새벽 약국 앞에서 줄을 선다/끼니보다 더 중요해진 마스크 구입을 위해’라거나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싣고 보이지 않는/모세혈관으로 잠입한다’, ‘코로나 땜에 며칠 지다렸어/맥없이 질게 가요’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적 돋보기를 통해 그는 더 이상 통제되지 않는 인간의 이기적 행태를 비판하고, 한 번 잃어버리면 회복하기 힘든 인간의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문학평론가 황정산씨는 해설을 통해 “박 시인의 시들이 보여주는 생명은 우리 사회에서 끝없이 반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어두운 역사와 현실에 대한 저항이고 거기에 대한 불만과 불안의 표현”이라고 평했다.

이번 시집은 제4부로 구성, 57편이 수록됐다.

박세영 시인은 강원도 횡성 출생으로 광주에서 성장했다. 조선대 의과대학과 한림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19년 ‘시와문화’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지난해 6월 시집 ‘날개 달린 청진기’를 펴낸 바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