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을 함께 하는 것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글만 쓰고 그림을 하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의뢰해야 하는 데 저는 미술 전공자여서 제 마음대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저는 한권의 책을 위해 먼저 그림을 그린 뒤, 글을 쓰는 편이어서 처음 구상했던 동화는 글은 돼 있지만 그림이 안돼 펴내지 못했습니다. 두번째 쓴 책이 먼저 세상에 나오게 된 거예요.”

미술전공자이지만 그림과 글을 넘나들며 순수한 동심을 섬세한 문체로 형상화한 첫번째 동화 ‘겨울아 가지마 feat.눈두덩이’를 출판사 창조와 지식에서 펴낸 젊은 작가 김은영씨(29·광주)는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조선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뒤 글쓰기에 뛰어든 경우로, 그림과 글을 오가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김 작가는 이번 동화에 대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각박한 세태 속 유아와 어린이들이 자신의 동화를 읽고 잠시나마 힐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어느 순간 책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끌려 했는데 너무 재미있고 해서 계속 하게 됐어요. 흥미도 있구요. 화가로서 활동이 재미있고 유익하지만 현재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 하고 싶은 일이 책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림과 글을 넘나들며 순수한 동심을 섬세한 문체로 형상화한 김은영씨의 동화 ‘겨울아 가지마 feat.눈두덩이’가 출간됐다. 사진은 가 직접 그린 동화 그림.

김 작가는 다른 아동문학가와는 달리, 일러스트레이션 모임인 ‘산그림자’ 사이트의 정식 작가이자 네이버 그라폴리오(www.grafolio.com) 사이트를 무대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산그림자’는 2년에 한번씩 작가를 뽑는 가운데 김 작가는 이 코스를 통과해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처음 써두었던 작품이 결국 출간이 이뤄지지 않은데는 그의 습관이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글을 먼저 써두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그림을 그려두고 글을 쓰는 스타일이어서 그렇다는 설명이 돌아온다. 캐릭터를 먼저 만드는 것이다. 캐릭터를 만들어놓으면 글 집필이 잘됐다고 한다. 이번 동화 역시 그림 작업 뒤 글을 완성했다. 그는 다문화공모전을 준비하다가 다문화가정의 인식을 바꾸는 동화공모전을 알게 됐다. 그렇게 해서 쓰여진 것이 ‘색안경을 낀 가족’이었다. 이 동화는 아직 그림 작업 중이다.

김 작가가 직접 그린 동화 내 그림

작가는 외로운 눈두덩이를 먼저 그렸다. 눈사람은 녹기 때문에 이를 의인화해 접근한 것이다. 사람도 늙듯이 눈두덩이도 자기가 녹아 사라지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싫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독립된 캐릭터로 상상의 요정 친구인 똥별을 설정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스토리를 끌어가게 했다.

나중에 눈두덩이가 작아져 냉장고에 갇혀 살아가게 되지만 작가는 이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데 중점을 뒀다.

“유아나 어린이들이 심오하게 읽기보다는 자기들 생각대로, 주관대로 느끼며 읽었으면 합니다.”

김은영 작가는 경기도 광명 출생으로 전남 고흥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2018년 12월부터 2019년 6월까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으로 스리랑카에서 미술봉사 활동을 펼쳤다. 이런 경험들이 동화쓰기의 계기가 된 것이다. 김 작가는 타루(Taru)라는 이름으로 여러 활동을 펼쳐왔다.

김은영 작가

김 작가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공부는 물론이고 작품의 내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유학을 다녀올까 생각 중이에요. 그때까지는 국내에서 지금처럼 그림책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