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난 1일 일본 2대 도시 오사카를 4개 특별구로 재편하겠다는 ‘오사카도(大阪都) 구상’이 주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지난 2015년 전에 이어 두 번째다.

오사카시(大阪市)와 오사카부(大阪府)를 폐지하는 대신 오사카도를 신설한다는 구상이다.

‘잃어버린 20년’ 이후 오사카의 경제적 위상이 하락 추세라고 판단한 오사카 정치 지도자들이 지역회생 카드로 ‘하나의 오사카’를 슬로건으로 꺼낸 구상이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마치 도쿄시(東京市)가 폐지되고 23개 특별구가 ‘도쿄도(東京都)’에 직속된 것처럼 ‘메가시티(Mega-City)’가 출현하게 된다.

오사카부(882만 명)와 오사카시(275만 명)를 합쳐 약 1157만 명의 도시가 되면 도쿄도(1400만 명)와 경쟁이 가능해진다. 최근 부산·울산·경남이 추진하는 메가시티 구상과 비슷하다.

그런데 오사카도 구상의 밑그림은 교토부, 오사카부, 시가현 등 간사이 지역 7개 현이 지난 2010년 결성한 ‘간사이광역연합(關西廣域聯合)’에서 나왔다.

경제 발상지인 오사카를 부활시켜 도쿄에 쏠린 중앙집권을 탈피하자는 것이다. 간사이광역연합 소속 각 지자체와 경제계가 대거 참여해 간사이 광역연합위원회와 광역연합의회를 출범시켰다.

광주전남도 시·도 통합 논의가 두 번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다. 모두 오사카의 간사이광역연합처럼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논의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 2일 양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광주전남 행정 통합 논의가 필요하다며 합의문을 발표했다.

통합 논의를 위한 1단계로 광주전남연구원에 통합의 내용과 방법, 절차 등 제반 사항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또 용역 기간 1년과 검토 준비 기간 6개월을 거쳐 시도 통합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하기로 했다.

지역 발전을 위한 논의는 환영할 만하다. 특히 광주시의 발전이 수년 간 정체돼 있고 전남도의 인구 고령화와 소멸위기 지역이 늘고 있는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양자가 힘을 합쳐야 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다만 통합 논의가 위기 극복이나 현안 해결을 위한 방편이어서는 곤란하다.

광주와 전남의 공동 발전을 위한 ‘그랜드 비전’을 마련하고, 그 비전을 차근차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행정조직 통합이 수단으로 논의될 수는 있다.

일본 전역에는 지난 2000년대 일본의 지방분권·광역행정 분위기에 힘입어 지방자치법에 의해 설립된 광역연합이 115개나 있다. 하지만 행정조직 통합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각 지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사안별로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합이다. 주로 관광을 광역으로 묶어 공동으로 홍보하는 것을 위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스트리아 티롤 연방주와 연방주 내 15개 지자체가 지난 2008년 결합한 ‘리카르벤델 알프스 자연공원클럽’도 이런 모델이다.

면적이 727㎢로 세계 최대 규모인 리카르벤델 자연공원이 매개체다. 이 연합체의 주된 업무는 알프스 자연보호 및 관리조치 시행, 방문객 홍보 및 교육, 자연친화적 농경 및 관광프로그램 개발이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각 지역별 특징을 바탕으로 역할을 나누고 ‘그랜드 비전’을 위해 실현 가능한 사업을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사이광역연합은 각 지자체의 철저한 역할 분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재해행정은 각종 자연재난이 자주 발생해 업무 노하우가 있는 효고현과 고베시가 맡는다. 의료와 환경은 도쿠시마현, 시가현의 몫이다. 관광 및 문화진흥사업, 산업진흥분야는 각각 교토시와 오사카시가 도맡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처지가 다른 점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오사카도 구상처럼 광주전남을 3~4개의 특별구로 나눠 역할을 분담해 우선 각 구의 분야별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