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최근 정치권의 호남에 대한 ‘구애’ 노력이 비상하다.

집권 여당과 제1 야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적으로 호남을 찾아, 지역 현안 챙기기를 약속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0일 광주에서 ‘지역상생을 위한 지역균형 뉴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박광온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예결위원들이 총출동해 전라선 고속철도(KTX) 국가사업 포함과 호남 예산 대폭 반영 등을 약속했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지역 그린뉴딜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공장 건립 현장을 찾는 등 지역 현안을 챙겼다.

특히 이 대표는 앞서 지난 24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5·18 특별법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매듭 짓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에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 처벌법과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 등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를 왜곡해 관련 인물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법안이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민심을 잡고 지지기반이 취약한 지역을 공략하는 한편, 야권의 ‘서진 정책’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불모지인 호남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8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굵고 묵념한 데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와 당 소속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들은 지난 27일 광주를 방문해 내년도 지역 예산 챙기기에 나섰다.

광주 8명과 전남·북 41개 시군에 현역의 동행 국회의원을 선정, 각 지자체 사업예산 챙기기에 1대 1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8일에는 호남 전 지역(41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제2의 지역구로 호남지역을 배정 받은 점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등 호남 공들이기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태도는 전에 없이 적극적이고 진지한 모습이다. 지난 2015년 1월 김무성 당 대표 시절 ‘반짝 구애’ 이후 사실상 요즘처럼 호남지역에 적극적 관심을 보인 예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야가 ‘입법’과 ‘예산’이라는 선물로 호남 구애에 나서면서 기대감이 든다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여야 모두 정작 제도적 해결엔 힘을 모으지 않고 있는 데 다 아직 구체적인 결과물을 통해 진정성을 확인하기 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호남 구애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다 선거철마다 반복된 호남 마케팅을 경험해 왔다. 따라서 이번에도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행보일 경우 호남의 고립만 지속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때마침 국회가 이번 주 예산 국회에 돌입한다.

여야가 호남을 정치적 요충지로 삼는 데서 벗어나 이번 정기국회에서 40년 호남의 해묵은 한을 푸는 데 전력을 다할지 관심이 쏠리기에 충분하다.

이번 국회에서는 국비예산 확보와 함께 5·18역사왜곡처벌 특별법과 군공항 이전 특별법, 한국에너지공대 특별법, 여수순천사건 특별법 등 지역현안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따라서 여야를 떠나 이들 현안 처리에 얼마나 협조하느냐가 최근 호남에 쏟고 있는 정성의 진정성을 가를 첫 가늠자가 될 것이라 게 지역사회 중론이다.

결국 관건은 진정성이다. 여든 야든 호남 구애는 정치적 계산을 떠나 진정성을 입증해야 비로소 성과를 거둘 것이다.

지역사회도 여야가 모두 지역 챙기기에 나선 이번 기회를 지역발전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

광주·전남지역은 산업화 과정에서 낙후된 데다 소멸위기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역의 미래를 위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행정통합이나 민간 및 군 공항 이전 등 각종 현안 해결 방안에 대한 극명한 견해 차이로 제때 지역의 미래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