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천시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 경사가 났다는 인터넷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다름 아니라 ‘응애~’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20년 만의 출산 소식에 마을 전체가 잔칫집 분위기였다고 한다. 한 가정의 출산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출생아 수 감소가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출생아 수의 감소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97년 IMF 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는 젊은 세대의 취업을 발목 잡고 N포세대를 양산시켰다. 경제적 문제로 비자발적 비혼자의 증가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 여기에 양육비 부담까지 가중되어 출산율은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전쟁 이후 극도로 가난했던 60년대부터 70년대 초반까지의 출산율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8년 0.98명, 작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0.92명을 기록했다. 이러한 저출산의 영향으로 올해부터 인구의 자연감소가 예상된다고 한다. 2028년이면 519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해서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인구는 한 나라의 성장과 유지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밑바탕이다.

저출산은 학생 없는 학교, 군인이 부족한 군대, 노동력 부족에 따른 경제 문제, 노인 부양 문제 등 많은 사회적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한편으로는 저출산보다 인구 과잉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수 뿐만 아니라 인구밀도도 2019년 1㎢당 515명으로 세계 3번째이다. 여기에 대도시 특히 수도권의 인구 집중으로 부동산 문제, 교통 문제, 환경 파괴 등 많은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얼핏 보면 저출산과 인구 과잉은 상반된 인구 문제로 동시에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인구 과잉 해소 측면에서 보면 저출산이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일 수도 있다. 따져보면 인구 과잉 문제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 균형발전 등 인구 분산 정책으로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저출산 문제는 출산율을 높이는 것 외에는 다른 해결 방도가 없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는 저출산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인간은 비용과 편익의 관점에서 행동하며, 이는 가족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은 낮아지고, 자녀 교육 투자는 증가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조사에서 육아비용이 2017년 기준 월평균 107만원이며, 소비지출의 37%를 차지한다는 자료를 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한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기혼여성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평균 2.16명이라고 한다. 경제적인 문제로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이유이다. 정부가 나서서 젊은 세대의 고민을 해결해야 될 정책과제가 된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차의 정책은 1차원적 수준의 백화점식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2016년부터 시작된 제3차 기본계획부터는 젊은 세대의 ‘삶의 질’ 즉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 추진 중에 있다.

서구도 출산 장려를 위해 작지만 필요한 지원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하여 산모 산후관리비 지원, 영양식품 제공과 기저귀 바우처 지급 등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또한 다양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산모의 건강한 출산에 도움을 주고 있다. 내년부터는 임신 축하용품을 지급하는 모아모아행복보따리 사업으로 임신부의 건강한 출산을 위해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과거 출산억제정책이 그랬던 것처럼 출산장려정책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사회 모두가 더 한층 힘을 모은다면 젊은 세대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희망하는 만큼 자녀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는 앞당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