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 도시는 사람들이 고밀도로 모여 사는 장소다. 장소는 그대로지만, 사는 사람들은 바뀐다. 사람이 바뀌면 도시 모습도 바뀌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도시사가 만들어진다. 광주도 예외는 아니다. 광주는 마한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하니 아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라는 것은 그만큼 도시사(史)가 많다는 이야기인데, 이 중에서 경양방죽 만큼 교훈적인 도시사는 없다. 경양방죽에 대해 몇 권의 단행본이 출간됐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토론회도 여러 차례 열렸던 것을 보면 경양방죽은 아직도 시민들의 가슴에는 살아 있는 도시사다.

경양방죽과 관련해서는 세종때 김방이 농사와 홍수에 대비해 축조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 온다. 또 최흥종 목사를 위원장으로 한 경양방죽 매립반대 투쟁위원회의 투쟁사에는 도시비전이 담겨있다. 더불어 투쟁으로 보존한 경양방죽을 매립하여 시청사를 지었지만, 짧은기간 사용되고, 매각돼 사라져 버린 행정의 공공성에 대한 교훈도 담고 있다. 경양방죽은 송정평야까지 약 1000여 두락에 물을 공급한 6만5000여 평 면적의 농업용수로 방죽 둑은 아름드리 수목이 울창한 생활 친밀형 장소이자 수령이 부임할 때 풍악을 울리며 읍성으로 가던 공공 공간이었다(박선홍, 광주100년).

매립 무렵인 1935년 광주 인구가 5만2674명이었다고 하니 경양방죽을 방축한 1440년대에는 훨씬 적은 인구였으리라 추정되는데, 여기에 참여한 연인원 40만명 정도였고, 제주도에서 우마차까지 왔다.(김홍삼, 경양방죽의 역사). 우리 도시사에서 왕궁이나 성벽공사 등 권력자들을 위한 대규모 공사는 있었지만 주민을 위한 이런 규모의 공사는 없었다. 경양방죽을 기억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양방죽은 일제가 전체를 매립하려 했던 것을 최흥종 목사 등의 투쟁으로 일부가 보존된 것인데,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매립 반대서에 담긴 도시 비전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제는 그들의 시각으로 경양방죽을 매립하려 했고, 최흥종 목사가 앞장 선 반대투쟁으로 일부가 살아남았다.

반대서는 지금의 도시가 안고 있는 도시방재, 문화도시, 도시미관 등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이것이 기억 해야 할 두 번째 이유이다. 투쟁으로 보존돼 온 경양방죽은 해방 이후 시청사를 짓는다고 매립했다. 정부는 이 사업에 대해 우수 경영 사례로 표창을 주었다. 당시는 그런 시대였다. 그러나 이청사는 겨우 30여 년간 사용되다 대규모 마트에 매각되고 상무지구로 이사했다.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교훈으로 경양방죽을 기억해야 할 세 번째 이유다. 혁신시장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콜롬비아 보고타 엔리케 페날로사 전 시장은 “우리는 미국인만큼 부유하 생활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존엄성을 보호받고 풍요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도시를 설계할 수 있다.

시민이 더 행복하도록 도시를 바꿀 수는 있다. 우리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새들이 날아 다니듯이 인간은 걸어다녀야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한다. 아름다움도 필요하다. 자연과 접촉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소외당해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과 평등하다는 감각을 느껴야 하는데, 이러한 힘은 공공공간에 있다고 했다.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윤태경역) 경양방죽 매립 반대서는 이와 버금가는 도시비전이 담겨있다. 그간 우리 도시는 기능주의와 신속주의가 도시 가치라는 인식 속에서 읍성과 객사, 동헌을 없애버렸다. 또 넓은 면적의 유림숲, 태봉산, 근대 건축들이 사라져 갔고 그 자리는 성형된 것들로 채워?다. 또 시가지를 혈맥처럼 흐르던 소하천들을 오염돼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복개해 도로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긴 역사의 학교를 내보내고 아시아 문화전당의 주차창으로도 사용 중이기도 하다. 근래 인구 감소, 절연생활, 환경부하 증가가 도시적·지구적 문제가 되면서 경양방죽의 중요성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경양방죽에는 우리가 도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행정의 공공성과 도시비전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의 답이 있다. 최근 YMCA 주최로 오방 기념관 개설 1주년을 맞이해 최흥종 목사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경방방죽매립반대가 우리도시의 길잡이로 계승되었으면 한다.그래야 진정한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