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우리는 일상에서 미디어(media)를 통해 이미지, 소리, 언어 등을 주고받는다. 다수의 미술가는 이러한 미디어를 활용하여 작품을 창작하며, 미술의 영역에서는 이를 ‘미디어아트’라고 부른다. 오늘날 미디어의 상호경계는 모호하고, 매 순간 새로운 미디어(new media)들이 등장하며,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뉴미디어들의 실현은 무엇보다도 디지털, 광섬유, 무선통신, 인공위성 등 첨단매체들이 등장함에 따라 다중전송, 대량정보의 처리 및 공유, 확산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방향적 정보의 전달이 쌍방향으로 확대되며, 사물 간의 통신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시대를 비롯하여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발신하는 상황으로 미디어의 발전이 전개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도구나 기술,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이루어졌으며, 기술과 미술은 오랫동안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세기 후반부터 물감이나 대리석 등의 전통적인 재료의 미술작품들이 컴퓨터 게임, 영화, 비디오 등과 같은 형태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언제부터인가 현대미술의 언어는 미디어아트를 통해 핸드폰에도, 모니터에도, TV와 옥외광고에도 빛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소비된다. 이처럼 미디어아트는 새로운 예술에 대한 창의적 요청과 다양한 미디어를 예술적 표현으로 이용하는 긍정적 시도로 발전하고 있다. 예술과 기술의 기반 위에 미디어아트의 역사가 전개되었으며, 예술과 기술은 항상 서로를 유혹하고 공존하는 분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온 것이다.

현대미술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옮겨내는 새로운 가능성의 매체에 대한 미술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실험을 통하여 발전하였다. 어느 순간 신문지, 악보, 골판지 등이 회화에 등장하고 자전거 바퀴, 변기 등의 레디메이드(ready-made)마저 미술에 도입되었으며, 기계부품과 전자장비들이 전시장에 동원되었다. 이러한 관심이 요즘은 첨단기술을 이용하는 뉴미디어의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렇듯 끊임없이 전통적 표현에 문제를 제기해왔던 미술가들은 디지털, 하이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이미지와 영상, 음향을 전달하는 새로운 매체를 도입하여 또 다른 세상의 변혁을 꿈꾸고 있다. 오늘의 상황에서 새로운 과제는 예술이 미디어의 변화와 속도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미술가는 자신의 독창성과 상상력 그리고 예술성을 새로운 시도와 가치를 통하여 첨단 미디어에 조화롭게 활용하여야 한다. 미디어아트는 지니의 요술램프가 아니며 자칫하면 새로운 가능성만을 믿고 제작한 작품이 단순한 특수효과나 테크닉적 기술로 평가절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