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1.

언택트(Untact)는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물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 따위를 받는 일을 말한다. 부정 접두사인 ‘언(un)’과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의 합성어로, 비대면·비접촉 방식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는 사람 사이의 직접적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 시대’를 촉발시켰다.

아무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고, 이전과는 너무도 다른 새로운 문화현상이 어느날 갑자기 다가와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 기술들이 생활 속에 하나둘씩 자리 잡으면서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삶이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고 외출 및 모임 참여는 되도록 자제하고 재택근무는 확산되고 있다.

또 업무는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식사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거나 배달업체 등을 이용하며 문화 활동과 취미 생활은 집에서 혼자 즐긴다.

VR기기로 세계여행을 다니고 커피와 차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가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시 및 공연 관람, 종교 활동도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언택트’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하는 개념인, 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온택트(Ontact)’시대까지 동시에 열린 셈이다.

#2.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자리잡은 언택트는 이제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행정서비스의 비대면화를 확장하는 데 노력하는 한편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국가전략으로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또 기업들은 인공지능(AI), 5G, 빅데이터, 블록체인,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있다.

금융업계 역시 빠르게 늘어나는 비대면 투자자를 잡기 위해 기존 서비스를 새롭게 재편하는 것은 물론, 종합 플랫폼화를 지향하면서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서비스 간의 협업을 통해 점차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스포츠와 공연문화 분야에서도 오프라인이었던 공연은 랜선 공연과 온라인 전시 등 새로운 문화컨텐츠를 통한 전파가 보편화 되고 있는 추세다.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나더라도 세계의 질서와 풍경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이후에도 새로운 전염병의 대두 그리고 바이러스의 감염이 비말, 즉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사람들과의 접촉은 갈수록 지양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언·온택트 시대가 향후 지속적인 메가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얘기다.

#3.

언택트는 시간 및 비용 절감, 효율성 제고, 불편과 번거로움 감소, 위험 회피 등 경제주체들이 비대면 거래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이점과 혜택이 적지 않다.

하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 소상공인 및 자영업계는 매출 급감에 울상을 짓고 있다. 소외계층의 사회적 고립 또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스마트 폰에 취약한 비대면 소외자가 될 수 있는 어르신과 장애인들에 대한 우려 또한 높다. 또 친구 등과의 접촉을 통해 자아를 형성해 나가야 하는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해야만 하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제대로 만날 수 없는, 가급적 만나지 않을 것을 권장하는 시대가 되면서 가뜩이나 심화된 개인주의가 ‘소통 단절의 시대’를 만들까 두렵다.

비대면이 보편화된 사회, 물리적인 거리를 두고 접촉을 피하더라도 정서적으로는 소통하고 거리를 좁히며 온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개인적으로든 사회적, 국가적으로든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의 소중한 공동체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