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의 갑질 행위와 이런 의원을 봐주는 지방의회의 제식구 감싸기가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최근 지방의원 갑질과 비리 의혹이 가장 많이 제기된 의회는 광주 북구의회.

광주 북구가 2018년부터 최근까지 꽃집 2곳에서 각각 십여 차례에 걸쳐 화훼를 일상 경비로 구매해 구청 행사 등에 활용했는데, 알고 보니 꽃집 한 곳은 광주 북구의회 A 의원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B 의원 본인 명의의 업체였다. 북구는 일상경비로 물품을 구매한 것으로 의원들의 겸직 사실을 챙기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옹색한 변명이다.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은 부서별 일상 경비 카드 등으로 물품을 구매한 경우도 수의계약 범위 내에 있다고 보고 있다. 구의원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살만하다.

앞서 북구의회 C 의원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배우자 명의 업체를 겸직 신고하지 않고 북구청으로부터 11건(6770여 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따낸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공무원 사회에서 지적된 광주 광산구의회의 D 의원의 갑질은 공무원을 상대로 한 지능적인 갑질의 전형을 보여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가 시행한 지방의회 관련 설문조사에서 제기된 D 의원의 갑질은 우선 가족이 운영하는 커피숍을 방문하도록 공무원들에게 은근한 압박을 행사했다. 또 해당 커피숍 인근에 경쟁 점포가 들어서자 인허가 자료를 요구하고, 점심과 저녁 수발을 요구하면서 식비는 내지 않았으며, 공무원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고성을 지른 행동도 논란이다.

의회 직원들 출장과 출퇴근 등을 보고하도록 요구했다는 제보도 있고, 법원 동행, 병원 진료 시 운전원을 포함한 관용차량 제공 등 사적인 일에 공무원 도움을 요구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보좌관 급여를 착복한 경우도 있었다. 광주시의회 나현 의원은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자신이 부담해야 할 보좌관 급여 880만원(월 80만원)을 보좌관이 시의회에 대납시켰다.

지방의원들의 일탈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이런 행위를 제어해야 할 의회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고 있다.

북구의회는 ‘꽃집 의원’과 ‘선배 회사 납품’으로 물의를 빚은 3명을 윤리위원회를 회부했으나, 징계 수위를 놓고 연기와 재검토 등 몇 차례 윤리위를 파행시키더니 결국 ‘공개 사과’라는 최저의 징계를 내놓아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광산구의회도 갑질이 지적된 D 의원에 대한 징계를 조만간 추진한다. 또 제 식구 감싸기나 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지방의원들의 이권 챙기기와 갑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집행부 견제나 주민 편익증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젯밥에만 신경을 쓰고 있으니 구의회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가 최근 ‘지방의회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보니 응답자의 52%가 지방의회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공무원들은 각종 갑질, 이권 개입, 정책대안 제시 능력 결여 등을 이유로 의정활동을 낮게 평가했다. 의원 개인 또는 보좌관으로부터 알선, 청탁, 인사개입 등 특혜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도 56%에 달했다.

지방의원의 지자체 직원에 대한 부당업무 처리 요구도 여전해 응답자의 65%가 의원의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갑질 유형으로는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자료 요구, 권위적인 태도, 각종 이권개입과 처리 불가한 민원의 반복 요구 순이었다.

지방의원의 이같은 갑질과 동료의원 감싸기가 끊이지 않는 것은 1차적으로 주민대표로서의 자질이 미달한 인사를 의회에 입성시켰기 때문이며, 2차적으로는 이런 함량 미달 지방의원의 일탈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따라서 자질이 떨어지는 사람을 뽑은 선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하고, 투표에 보다 신중해야만 한다.

더불어 현 제도 아래에서는 비위 지방의원에 대한 처리를 지방의회 자체의 자정노력에만 기댈 수밖에 없다. 물론 사법부를 통해 형사 문제로 풀 수는 있지만, 갑질 대부분이 의원 권한을 등에 진 것으로 한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상시 의회를 견제하도록 주민참여를 제도화하는 법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