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들이 붓으로 직접 필사해 문집을 간행했던 것처럼 시를 붓으로 직접 쓰고, 각 시편마다 이미지에 맞게 회화를 덧붙인 육필시화집이 발간됐다.

‘장미원’과 ‘밑불’, ‘배중손 생각’, ‘그대에게 가는 연습’ 등으로 널리 알려진 전남 나주 출생 김종 시인의 육필시집 ‘독도우체통’(시와 사람 刊)이 그것으로, 광주문화재단 예술육성지원사업으로 발간됐다.

이 시집은 표제작인 ‘독도우체통’을 비롯해 모든 작품을 시인이 직접 붓으로 쓰고 그에 맞는 그림을 붙였다. 그의 시작품을 붓으로 쓰고, 이미지화한 시인의 그림을 함께 실어 회화와 서예를 시작품과 콜라보하는 등 한데 묶었다.

매 작품마다 마치 수틀에 수를 놓듯 한땀 한땀 육필로 쓴 필사의 산뜻함을 더해 시가 읽히는, 색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작품집은 표제작 ‘독도우체통’은 일본을 상대해 국토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우리 국토 독도를 특수상황의 ‘우체통’을 소재 삼아 전라도 사투리에 스민 절절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시 작품에 따른 마음의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서 마음에 표상하듯 독서하는 것을 소원했다며 그 일을 위해서 작품마다 글씨를 쓰고 그에 맞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형상해 한껏 시각적 효과를 도모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김종 시인

이번 시집에는 시인이 그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시 작품은 물론 광주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도시를 순회하며 펼쳤던 14차례의 개인전에서 주목 받았던 회화작품 30여 점과 각 작품마다 별도로 삽화가 실려 있다.

김종 시인의 회화작품은 수많은 서책 표지화나 화보 등으로 활용되기도 했는데 문학 분야의 서책 표지화는 물론이고 전체를 채운 서책만도 30여 권을 넘길 만큼 왕성하게 작업해 왔다.

그는 경향 간에 참여한 서예작품 전시를 토대로 독특한 그만의 서체가 정착되었고 이를 근간으로 이번 육필시화집을 발간하는 용기를 냈다고 한다.

‘하루를 넘기는 것들’을 비롯해 ‘금 긋기’, ‘웅녀의 말’, ‘은근한 불평등’ 등 제4부로 구성됐으며, 72편이 수록됐다.

김종 시인은 “선조 시인들이 필사해 돌려 읽던 그 시대로 돌아가서 시집 한 권을 어렵게 소유하던 시대의 모습을 흉내라도 내고 싶어 직접 붓을 들어 필사하고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이어 시인 겸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인 강경호 ‘시와사람’ 발행인은 이 책의 의미에 대해 “지금까지 본 시집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개성이 있는 시집이다. 자신의 시를 직접 필사하고 거기에 맞는 그림을 그린, 이른바 시·서·화가 삼위일체된 것이 외형적인 특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