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선사예술은 주어진 환경에 따른 필연적 예술형식으로 정치와 종교에 대체적인 영향을 받아 도식화되고 형식적이었다. 하지만 도시문화와 농경사회가 공존하는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예술하는 사람들이 장인에서 예술가로의 자의식이 크게 부각되면서 쿤스트볼렌, 예술의지가 중요해졌다.

흑사병이 전 유럽을 죽음의 도가니로 몰았지만 르네상스 문예부흥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코비드19 바이러스로 죽음과도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수많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문예부흥 운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코비드19 초기에는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위해 자제, 축소에서 비대면활동으로 제한조치하더니만 이제는 마지 정답인양 영상대면으로 예술이 표현되는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이 심히 우려스럽다. 영상으로 해도 되는 예술이 있고, 영상으로 할 수 없는 예술이 있는 것이다. 관객에게 직접 말하는 방식을 통해 예술의 형식이 완성되는 연극의 경우는 보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있는 인문예술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관객을 의식하거나 고려하지 않는다면 연극은 관객을 의식하고 말을 거는 방법으로 감상자(관객)를 고려하는 쌍방소통의 형식을 지녀야만 본래의 목적에 가 닿는다.



세계 최강 방역시스템을 자랑하였지만 결국 정치와 종교가 정면으로 맞부딪히면서 방역시스템이 무너지고 말았지 않은가? 정치화된 종교와 욕망의 정치가 국민의 안위따위는 상관하지 않는 탓에 눈물마저 말라버린 자신의 삶을 어두운 구석으로 밀어넣는 것은 오직 선량한 국민들뿐이었다. 시대의 권력자들에 농락당하는 국민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무엇이어야 했을까? 도식화된 위로가 아닌 자유스러운 예술의지와 예술가의 의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연예술계 또한 수개월동안 연기되고 취소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단체와 예술가들이 무너지고 사라졌다. 이처럼 대재앙같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마침내 우리단체를 비롯해 공연계가 살아날 수 있었던 건 국민 서로간의 자유의지로 위안과 위로의 필요성이 극대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우리단체가 숨구멍인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다. 코로나 정국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해 뚝심있게 추진해준 코로나 청정지역 무주남대천 지역을 시작으로 숨통을 틔웠다. 1년4개월뒤면 100세가 된다는 최고령 할머니부터 책가방을 둘러멘 초등학교 3학년 관객까지! 아줌마 공연 재미있었어요. 이 한마디면 충분했다. 순회공연이 시작되면 꼭 가야 할 곳이 생겼다. 그중 한 곳이 광주장애인부모연대가족지원센터가 있는 광산구 지역이었다. 지난 6월 코로나로 인해 발달장애인 아들과 안타깝게도 삶을 포기해야 했던 어머니가 속해있던 단체에 연락해서 공연하고 싶다고 했더니 간만에 너무 좋겠다며 행정처리를 먼저 도와주셨다. 2019년도에 인권연극수업을 진행하면서 이미 알고 있던터라 그분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선물하고 싶었다. 발달장애인 자녀들과 마스크를 끼고 오신 부모님들께서 공연을 보시고는 참 재미었다면서 그동안 잘 지냈냐고 안부를 물으셨다. 위로와 위안이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또 다른 지역은 구례였다. 구례는 여름 장마철에 60년된 매뉴얼 지침에 따른 섬진강 방류로 인해 구례군 2/3정도가 침수를 당하며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는 엄청난 피해 지역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자원봉사도 끊기고 간간히 들어오는 구호물품으로 버텨보지만 하늘만 봐도 서러운 망연자실한 마음을 어찌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싶었다. 때마침, 한가위 추석명절을 앞두고 40여일만에 구례오일장이 선다는 말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공연제의를 했더니 흔쾌한 마음으로 공연와주신다면 정말 고맙겠다며 열혈여성 몇분과 시장회와 의기투합하여 23일 구례오일장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다. 뉴스에서 보셨듯이 구례오일시장 또한 침수지역으로 상인들의 터전이 물에 잠겼지만 40여일만에 훌훌 털고 다시 나온 산나물, 텃밭야채소등등 오일장에서만 볼수 있는 물건들이 판을 열고 있는 광장에서 공연을 하며 그들의 서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에 감사드린다.
“시끌벅적한 구례장터에서 이런 귀한 연극을 볼지는 꿈에도 몰랐네이. 좋으요 참말로 좋으요. 고맙소 징허니 고맙소, 거시기 다들 걱정없는 사람없고, 근심없는 가정 없어라. 겉으로는 번지르르해도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믄 아픈 상처 하나씩은 갖고 있응께라”
직접 사람과 사람이 만나 아픈 구부러진 등을 안아주며 속 얘기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건 연극이라는 특성이다. 이 시대에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