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두기가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사람들간 심리적 거리도 멀어지게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가 취약계층인 저소득층 아이들이나 노인, 그리고 취약계층이 아니어도 맞벌이 부부처럼 자녀교육에 전력할 수 없는 가정을 공격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더 고통 받는 노인과 소상공인,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잠시 접어두고 우리지역 아이들의 교육을 먼저 생각해 보자.

평소에도 그렇지만 지금처럼 등교수업을 못하고 임시방편으로 원격교육을 한다 해도 자기주도적 학습역량이 부족한 경우 나홀로 집에서 거의 방치된 채 하루를 보내야 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그 결과 가정에서의 돌봄과 생활지도 부재, 그리고 학력격차의 문제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또래집단과 만남이 없고 사람들과의 접촉이 가족으로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사회성 발달은 물론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와 같은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가정에 방치된 아이들 중에는 며칠 전 언론보도처럼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가 화재가 발생해 혼수상태에 빠지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진다. 성인세대들이 책무를 다하지 못해서 일어난 사건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학교의 교육적 기능뿐만 아니라 돌봄 기능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전면 등교가 답이겠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그것이 당분간 어렵다 하니 이 아이들을 어찌 해야 하는가?

첫째, 초등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긴급돌봄의 확대이다.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의 학교 긴급돌봄 지원에 비하면, 3~6학년 학생들의 경우 긴급돌봄 인원 제한으로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학교가 많다. 또한 돌봄 학생 신청자는 늘지만 담당자와 프로그램 부족으로 수용능력이 한계다. 그럴수록 식사와 간식 그리고 원격수업을 제대로 따라 하고 있는지 등 학부모들의 걱정도 커져 간다. 지금처럼 교사들에게 부가적인 짐을 지워서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개인의 재능 기부나 외부의 관련 인력을 활용해 보는 것이 방법일 것이다.

둘째,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돌보미제 운영이다. 현재 광주시교육청의 경우 약 90여명의 교육복지사들이 주로 교육복지학교의 취약계층 아이들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대상 학생은 많지만 인원이 제한적이다 보니 가정방문 등 찾아가는 서비스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집에 방치된 아이들을 위해서는 방역수칙을 최대한 지키면서 방문 서비스(찾아가는 복지)가 답이다. 위기 가정 아이들에게 2∼30만원 주는 것보다, 찾아가서 함께 밥 먹고 상담하고 원격수업을 도와주고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등 부모가 물리적 제약으로 인하여 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해 주어야 한다. 퇴직교원이나 사회복지사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중장기적으로 지역사회와의 연계 강화이다. 교육청과 학교가 마을교육공동체와 지역의 평생교육기관과 연계해 마을 아이들의 돌봄과 복지, 교육을 함께 하자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는 마을 사람이 함께 기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 행안부, 여가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파편적으로 분산 실시하고 있는 돌봄과 복지, 교육 관련 프로그램이나 업무를 일원화하는 지역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 학교, 평생교육기관, 유관단체들의 역할을 조정하고 정리해 중복을 피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원 체계를 일원화 하자는 것이다. 내가 구상하고 있는 일명 공공형 돌봄·교육융합지역플랫폼 설치·운영이 그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혼자 살 수 없다. 더불어서 함께 해야 한다. 더더군다나 자라나는 아이들은 그들이 독립적인 성인이 될 때까지 누군가의 돌봄과 보호를 필요로 한다. 그 때 까지는 최소한 그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족과 친척과 같은 유대가 되었건 계약이나 사회자본 형성에 의한 유기적 유대망의 구축이 되었건, 그것도 아니면 SNS와 같은 온라인상 네트워크인 ‘포노 사피엔스식 연결망’이 되었건 어떤 형태건 그들을 껴안을 수 있는 유대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 작은 시작은 상호 관심이다. 주위를 돌아보자. 그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보자. 광주공동체는 훨씬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