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올 추석 연휴, 광주·전남지역의 최대 화두는 ‘행정 통합론’이 될 것 같다. 관가와 지역 사회에서는 광주·전남의 ‘행정 통합’을 놓고 찬반 의견이 맞서는 등 술렁이고 있다.

‘행정 통합’이라는 화두는 이용섭 광주시장이 꺼냈다. 이 시장은 지난 10일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토론회’ 축사에서 광주와 전남의 행정통합을 통해 자생력을 갖춘 단일 광역경제권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5일 시청 간부회의에서 광주·전남 행정 통합 논의를 공식화했고, 기본 구상과 연구 용역, 향후 계획 등의 준비까지 ‘특별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광주·전남 행정 통합은 갑작스러운 제안이 아닌, ‘오래된 소신’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이 시장의 갑작스러운 ‘행정 통합’ 주장과 그 배경을 놓고 지역 정가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시장이 ‘행정 통합론’을 불쑥 꺼낸 배경에는 지난 9일 김영록 전남지사가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기인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전남에 30개의 공공기관과 12개의 연구기관·출자기업 유치를 선언했는데, 발표한 내용 상당수가 광주시와 중복되면서 이 시장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주 민심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지역 정가에서는 ‘행정 통합’ 논의도 중요하지만, 수년째 제자리인 ‘광주 자치구간 경계조정’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간 경계조정은 지난 2014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돼 온 광주의 최대 현안이지만 지금까지 진척 없이 제자리를 걷고 있다. 구간 경계조정은 2017년 1월 구청장협의회에서 구체화 됐다. 이후 광주시와 지방의원, 정당, 기관·단체, 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준비기획단’이 꾸려지고 10개월에 걸친 연구 용역과 시민 설문조사 등을 거쳐 3개 개편안(소폭·중폭·대폭)으로 확정됐다.

소폭 개편은 북구 다선거구인 문화동과 풍향동, 두암1·2·3동, 석곡동을 동구로 편입시키는 안이다. 중폭 개편은 북구 다선거구인 문화동, 풍향동, 두암1·2·3동, 석곡동을 동구로 편입하고 광산구 첨단1·2동을 북구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대폭 개편은 북구 가선거구인 중흥 1·2·3동, 중앙동, 신안동, 임동과 다선거구인 문화동, 풍향동, 두암1·2·3동, 석곡동을 동구로 편입하고, 광산구의 첨단1·2동을 북구로, 광산구 나선거구인 월곡1·2동, 운남동, 신흥동, 우산동을 서구로, 서구 풍암지구를 남구로 각각 편입하는 안이다.

용역팀은 이 3가지 시안을 놓고 광주시민 55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중폭 개편안’(39.8%)이 가장 높게 나왔다고 제시하면서 사실상 ‘중폭 개편안’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과 구의원, 단체장 등이 경계조정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논의는 중단됐다.

구간 경계조정이 시급한 이유는 광주지역 자치구간 인구·재정 불균형과 행정의 효율성, 주민 편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동구의 경우 광주 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10만명 턱걸이를 하고 있다. 북구는 43만3000여 명으로 동구와 4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고, 광산구도 40만명을 넘고 서구(30만여 명), 남구(21만7000여 명)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인구수에 따른 재정 규모도 동구는 2614억원으로, 서구(4481억원), 남구(3510억원), 북구(6646억원), 광산구(5958억원)와 큰 차이가 난다. 또 동구는 사회복지시설 9.1％, 체육시설 13.5％, 공원 6.5％, 도서관 13.1％ 등으로 광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가장 낮다.

이처럼 구간 경계조정은 지역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지만, 논의는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다. 해당 지역의 주민 반발과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중단됐다고는 하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구간 경계조정의 실행 여부는 광주시의 의지에 달려 있다. 광주시가 적극적인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 협의 테이블로 올릴 수 있다.

이 시장은 ‘행정 통합론’을 꺼내면서 ‘정치적인 계산도 없고, 광주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선언하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거대 담론인 ‘행정 통합’과 비슷한 성격의 ‘구간 경계조정’ 문제도 정치 논리를 벗어나 광주의 미래라는 대의적 측면에서 강한 의지와 추진력을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