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화가’로 널리 알려진 강운 작가의 제8회 개인전이 18일부터 10월31일까지 복합문화공간 김냇과에서 ‘마음 산책’(A walk through Mind)이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출품작은 신작 회화 50여 점

이번 전시는 이전의 작업과 매우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작가가 그간 크고 작은 인생의 사건들을 겪으며 삶을 되돌아보는 자기 성찰적이고 고백적인 성격이 강화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울증과 50대의 단상, 사랑과 이별 같은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관심 있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대담, 5·18민중항쟁 등 작가의 관심사나 기억과 관련된 내용들이 두루 담겨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이 화면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기보다는 추상화돼 화폭에 구현돼 있다.

‘마음 산책’

이런 작업의 이면에는 마음 속에 응어리진 감정과 기억들을 대화나 독백으로 끌어낸 뒤 글과 그림이라는 외부의 현실로 물질화함으로써 작가의 내면을 비우고 치유하는 행위로 읽힌다.

타이틀인 ‘마음 산책’은 작가의 관심이 이제 관조적인 작업보다는 치유의 작업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자연에서 인간의 이야기로, 철학적인 응시에서 일상적인 날것의 대화로 전환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신작 ‘마음산책’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심리적 색이 여백이 되고, 내재된 글자 흔적이 단서가 돼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의 그림자를 사유하고 결핍을 치유할 여지를 안겨준다.

‘마음 산책’

작가가 하나의 화풍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히 변화를 추구해온 이유는 끊임없이 ‘예술이란 무엇이며, 회화란 무엇인가?’를 자문하기 때문이다. 예술의 근본적인 화두를 짊어진 구도자(求道者)의 자세로 해석된다.

그래서 예술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는 그가 이제까지 해온 여러 작업에는 양상은 다르지만 작가 정신을 예리하게 가다듬는 수행의 성격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전시는 구도적 회화의 여정을 담아낸 작가의 회화세계 속에서 산책해볼 수 있는 기회다.

강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붓질을 덧대면 덧댈수록 규정할 수 없는 ‘마음의 공기’ 같은 상징적인 색감이 나온다. 일상의 유영하는 말들을 텍스트화시킨 후, 거기에 맞는 색을 덧입히면 글자의 형태는 지워지고 마티에르만 남는다. 이런 반복 속에서 정리된 생각은 층위를 이루는 색채의 여백으로 시스루 의상처럼 밑 색의 민낯을 감지할 수 있다”면서 “응시자가 아닌 대화자로서의 소통이 회화의 지향점이다. 원하는 지점에 다다른 것은 어떤 탁월함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노력하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출품작을 설명하고 있는 강운 작가

강운 작가는 전남 강진 출생으로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 제7회의 개인전과 프랑스 파리, 대만,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등 국내외 단체전에 다수 참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종로 효자동 아트스페이스3에서 ‘바람소리 그리고 흔적’이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을 열었다. 간만에 구름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바람소리’, ‘철조망’, ‘상처’, ‘철조망 연작’을 새롭게 선보여 회화 세계 변화를 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