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일고 바람이 분다고 겁먹지 마라. 절대로 피하지 마라. 거스르려고도 하지 마라. 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절실함이 있다면 파도와 바람이 방향을 잡아 줄 것이다.’(196~197쪽 일부)

위 지문처럼 아픈 역사 속에서 고통을 겪으며, 갈등하고, 결국 온몸을 던져 헌신한 용감한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 소설이 나왔다.

동학혁명 마지막 혈전이라 할 수 있는 장흥 석대들 전투를 배경으로 한 전남 목포 출생 안오일 작가의 ‘녹두밭의 은하수’(다른 刊)가 그것으로, 거친 땅에서 단단하게 잘 자라는 녹두를 보며, 녹두밭보다 척박한 ‘녹두밭 윗머리’ 같은 험한 세상을 잘 헤쳐 나가자고 다짐하던 아이들이 그려진다.

이 소설에는 뱃사공 탄, 탄의 친구이자 무예가 뛰어난 설홍, 손재주가 좋고 셈이 빠른 진구, 약방집 아들 희성 등 소꿉친구 네 명이 등장한다.

먼저 뱃사공 탄은 아버지를 대신해 일하며 작가의 꿈을 키우는 열네 살 소년으로,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읜 뒤 석대들 전투를 앞두고 아버지마저 농민군으로 떠나면서 할머니와 어린 동생 준과 함께 힘겹게 살아간다. 탄과 가장 친한 친구이자 무예가 뛰어난 설홍은 동학 접주인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 ‘절대 부끄럽게 살지 않겠다’며 남장을 하고 농민군으로 간다. 이윽고 설홍은 어린 나이에도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 접주가 돼 농민군을 이끌게 된다. 손재주가 좋은 진구는, 석대들 전투 이후 탄의 아버지와 설홍의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친구들과 형을 만나러 간다. 진구의 형이 보부상이자 농민군 쪽 중간 연락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구와 만나기도 전에 진구의 형은 토벌대에 발각되고, 소년들은 진구의 형을 묻어주고 돌아온다. 돌아온 소년 중 집이 약방인 희성은 숙부를 따라 부상당한 농민군을 치료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곁을 떠난 아버지와 친구들을 원망하면서도 걱정하던 탄은 점점 더 그들을 이해하며 그리워하고, 마침내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 결단을 내린다.

이 소설은 어린이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네명의 아이들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더 좋은 세상을 꿈꾸게 하는 원천을 생각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안오일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 몫을 당당히 해내며 싸운 청소년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처지와 자리에서 가질 만한 고민을 했고, 스스로 길을 찾아 자신만의 목소리와 행동으로 세상에 멋지게 보여줬다. 그 모습은 용감했고, 시리도록 아름다웠다”면서 “성공한 역사보다 아픈 역사를 더 알고 공부하자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오일 작가는 시집 ‘화려한 반란’, 청소년시집 ‘그래도 괜찮아’, ‘나는 나다’, 동시집 ‘사랑하니까’, 설화동시집 ‘꼼짝 마, 소도둑!’, 장편동화 ‘막난 할미와 로봇곰 덜덜’, ‘우리들의 오월 뉴스’, ‘이대로가 아닌 이대로’, ‘욱대로가 아닌 이대로’, ‘으라차차 길고양이 나가신다!’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다수 펴냈다.